나는 힘이 없어,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탄 남자일 뿐이다.
낫이 없고, 종이 쪼가리가 없고, 개가 없고, 시뻘건 색으로 빛나는 핏빛 훈장이 없다.
때문에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함이 항상 나를 휘감는다.
타르처럼 질긴 운명의 끈이 내 목을 옥죄어 오고,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뒤통수를 친다.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이 남아있지만,
그것은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에 불과할 뿐,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본질적인 문제와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은 양립할 수 없다.
양립할 수도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며,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없기에 힘이든 것이다.
만약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빌어먹을 말을 지껄인 임마누엘 칸트를 내 앞에 데려온다면,
난 당장에 칸트를 윤리 교과서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다.
세상엔 바보가 너무 많고
바보같은 놈들이 너무 많다.
바보인 척 하는 놈들이 절반이고,
바보가 되려 하는 놈들이 태반이다.
바보처럼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다수이고,
자신이 바보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바보같지도 않은 바보가 존재한다.
세상은 그런 놈들의 합집합인 것이다.
때문에 난 거인의 어깨위를 기어오른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물론,
그래도 바뀌는 건 없다.
사실 나는 바보가 아닌 척 행동하는 바보중의 바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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