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Invention 8번을 연주하던 도중
왼손과 오른손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왼손이 C Major 건반을 칠 때, 오른손은 D Minor를 연주해야하지만
D Minor 7을 연주했던 것 같다.
혹은 서스펜디드나 오그먼트를 연주했던 것 같다.
아주 섬세하고, 미묘하게.
물론 내가 연주하는 Invention이 정말로 invention이 되어버림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바흐를 모독한 후 나는 사고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쩌면 개보다 못한 인간일 지도 모른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화된 학습능력이 없는 것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려야한다. 악보를 읽으면 코드를 건반으로 옮겨야한다.
개도 조건화된 학습능력을 '침'의 분비로 말해주는데,
나는 Invention을 Invention한다.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발명'따위는 필요로하지 않는데도.
아무래도 나는 머리속에 골드버그 장치를 달고 있는 듯 하다.
결과를 수행하기 위해 최소 십 수 단계의 복잡하고 정교한 단계를 밟지만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결과가 산출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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