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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71202)돼지우리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오늘도 구역질 나는 돼지들과 술을 마신다.

 

돼지들은 내 가슴을 만지려 안간힘을 쓰고, 역한 냄새가 나는 입으로 내 목을 휘감는다.

 

인상을 찌푸리다 다른 돼지와 눈이 마주친다.

 

욕지거리를 들으며 뺨을 몇 대인가 맞은듯 했다.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 과연 내가 맞고 있는 중인지, 때리고 있는 중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머리를 움직일 뿐이었는지

 

짐작할 수도 없다.

 

단지 왼쪽 뺨에 남아있는 시뻘건 손바닥 모양이 그 해답을 뒷받침한다.

 

싸구려 위스키를 몇 잔인가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손때가 묻은 과일을 몇개인가 집어먹는다.

 

구역질은 계속해서 날 뿐, 토악질은 나오지 않는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과거에도 그러했고, 언제 끝장날지는 모르지만 내일, 모레도 이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회의한 적은 없다.

 

남들이 뭐라 비웃어도, 난 놈들을 비웃을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 하나면 족하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그런 굳건한 믿음 하나면 족하다.

 

정말로 충분하다.

 

만약,

 

그 것만으로 충분치 않은게 인생이라면.

 

나는 생각을 바꿔서라도 인생을 살 생각이다.

 

살고 싶으니까.

 

이렇게 구역질나는 더러운 곳에서 술에 취해 돼지들 품에 안겨있는 모습일지라도

 

살고 싶은 욕망은 가시지 않으니,

 

난 술을 마신다.

 

그게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

 

 

이제 답변은 된 듯 하다.

 

네 놈들처럼 시시껄렁한 연애질에 지쳐 마시는 술이나, 인생이 더러워 마시는 술이나, 기분이 나빠 마시는 술과는 차원이 다른 술이다.

 

꺼져라.

 

네 놈들은 오늘도 그 모양으로 술을 마셔라.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술을 마시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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