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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80427)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역마살에 걸려있던 나의 10대.

 

 

계속해서 제자리에 서 있으면 폭발해 버릴 것만 같던 그때.

 

동네 뒷산이라도 좋으니, 이 곳에 서있을 수만은 없던 때.

 

만 사천원을 손에 쥐고, 2박 3일동안 수백킬로미터를 여행하던 그 때.

 

처음보는 사람과 혼숙을 하던 그 때.

 

수십킬로미터를 걸어가고, 길바닥에 쓰러져 자던 그 때.

 

돈이 없어 경찰에게 먹을 걸 좀 달라고 구걸했던 그 때.

 

뱃사공과 말보로를 나눠 피우며 인생을 이야기 했던 그 때.

 

내가 먹고 잘 돈은 없지만, 부모님께 보여드리려 마른 오징어 한다발을 사고 실실거리던 그 때.

 

먹고 자는건 둘째치고, 술과 담배가 있어야 걸을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대학생 노트 한권정도 되는 분량의 내 여행일지의 시작은 '증산역'이고 그 끝은 미정이다.

 

 

'가을로'라는 오래된 영화를 보며 생각해낸다.

 

나도 여행일지를 가지고 있다.

 

이미 7년전에 쓰기 시작한 내 여행일지.

 

나의 보물 1호.

 

우리집 내방, 책장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내 보물 1호.

 

 

그 첫 장에 대한민국전도와 함께 이 글이 적혀있다.

 

 

"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내 보물을 다시한번 쓰다듬고 싶어지는 밤이다.

 

그리고, 새로 산 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무작정 떠나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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