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斷想)

(20080229)넥타이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넥타이를 메어 봤다.

 

중.고등학교의 교복 구성에 넥타이는 없었으니,

 

처음으로 메어본 넥타이가 참으로 신기했다.

 

'왜 나이먹은 사람들은 목을 옥죄어 오는 이런 이상한 끈을 목에 차고 다니는걸까?'

 

그 후로 수 년간 나는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다시금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본다.

 

이유는 없다.

 

기분 탓이다.

 

부산역 지하상가에서 5,000원을 주고 산 얇팍한 넥타이가 내 기분을 흔들어 한번 메어본 것이다.

 

변한건 없다.

 

'나이든 노인네들은 왜 이런 바보같고, 흉칙하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목을 옥죄어오기까지 하는 끈을 목에 메고 다니는걸까?'

 

나도 모르는 새에 '어른이라면 넥타이를 멜 것'

 

이라는 법조항이 마련된걸까?

 

 

 

 

여하튼간에

 

난 오늘 넥타이를 메고 외출할 예정이다.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세상에 아주 조금 더 녹아들 수 있도록.

 

그게 불가능하다면 넥타이를 나이프로 찢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갈기갈기,

 

찢겨 널브러진 천조각이 넥타이임을 망각시킬 만큼만.

 

 

 

이상.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0312)답변  (0) 2013.04.16
(20080309)당신의 연령은?  (0) 2013.04.16
(20080226)열두번째 낙서  (0) 2013.04.16
(20080222)가위손  (0) 2013.04.16
(20080219)오호라  (0) 201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