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넥타이를 메어 봤다.
중.고등학교의 교복 구성에 넥타이는 없었으니,
처음으로 메어본 넥타이가 참으로 신기했다.
'왜 나이먹은 사람들은 목을 옥죄어 오는 이런 이상한 끈을 목에 차고 다니는걸까?'
그 후로 수 년간 나는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다시금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본다.
이유는 없다.
기분 탓이다.
부산역 지하상가에서 5,000원을 주고 산 얇팍한 넥타이가 내 기분을 흔들어 한번 메어본 것이다.
변한건 없다.
'나이든 노인네들은 왜 이런 바보같고, 흉칙하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목을 옥죄어오기까지 하는 끈을 목에 메고 다니는걸까?'
나도 모르는 새에 '어른이라면 넥타이를 멜 것'
이라는 법조항이 마련된걸까?
여하튼간에
난 오늘 넥타이를 메고 외출할 예정이다.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세상에 아주 조금 더 녹아들 수 있도록.
그게 불가능하다면 넥타이를 나이프로 찢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갈기갈기,
찢겨 널브러진 천조각이 넥타이임을 망각시킬 만큼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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