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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81210)a short fiction : made in heaven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당신의 나이가 만 19세 이하라면

 

백스페이스키를 누르거나 알트키와 F4키를 동시에 눌러 꺼져버리길 바란다.

 

 

 

 

 

 

 

 

 

 

 

 

 

 

 

 

 

 

 

진심이다.

 

 

 

 

 

 

 

 

 

 

 

 

 

 

 

오늘도 생소한 곳에서 깨어난다.

 

여기가 어딘지 자고 일어나서 기억이라도 났으면 좋겠지만 매번 이런 식이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다.

 

내 옆에 엉망이 되어 널부러진 이름모를 여자의 잘못이다.

 

미친년..

 

난 이런 미친년들이 싫다.

 

물론 나의 시간을 좀 더 윤택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쓰이긴한다.

 

게다가 칸트가 말했던 실천이성을 진정으로 실천할 수 있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도덕과 법률을 인식하게 만들어주는게 실천이성이다.

 

난 이런 미친년들을 도구로 이용해 실천이성이 뭔지 깨달았다.

 

물론 그에 수반하는 결과가 어떤 사물을 인식하거나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에야 깨닫게 된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는다.

 

구겨진 케이스에 담배가 몇 개비정도 남아있다.

 

그때 내 머리속을 스친건 불을 부칠 도구가 없을거란 상상.

 

빌어먹을 데자뷰.

 

 

여자를 쳐다본다.

 

긴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와있다.

 

이불을 들쳐보니 알몸이다.

 

씨팔.

 

침대 밑에 널부러진 여자의 옷에서 라이터를 찾기 시작한다.

 

청색으로 빛나는 플레어 스커트다.

 

주머니가 없다.

 

왜 플레어 스커트에 주머니가 없는지 의문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세상에는 말하는 고양이도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청색 플레어 스커트를 집어던지고 외투를 찾기 시작한다.

 

흰색 블라우스.

 

짙은 회색의 레깅스.

 

은색의 힐이 왜 침대 옆에 떨어져있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플레어 스커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넘어간다.

 

그리고 검은색의 푸치 스타일 원피스를 찾아낸다.

 

빌어먹을..

 

이건 뭐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를 바라본다.

 

둘이다.

 

헛 웃음이 터져나오는걸 참는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생각해야한다.

 

생각..

 

생각이란걸 하기 위해선 담배가 필요하다.

 

아니다.

 

담배는 있다.

 

라이터.

 

난 라이터를 찾던 중 이런 엿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가 생각난다.

 

 

순간 침대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돌아보지 않는다.

 

잠잠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원피스를 집어던지고 칸트에 대해 생각한다.

 

이건 정언명령이다.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무조건 따라야하는 명령.

 

그래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정언명령의 모태가 되는 것이 실천이성이라 쓰여있었다.

 

나의 행위의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해야한다.

 

때문에 내겐 나의 자유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자유의지.

 

이 빌어먹을 호텔방에서 나가야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친 년들과 작별하고 일을 하러 가야한다.

 

오늘도 빌어먹을 클라이언트를 상대할 생각에 마음이 아려온다.

 

 

정언명령을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의 멱살을 쥐고 욕이라도 해야한다.

 

하지만 난 칸트따위에 속아넘어갈 남자가 아니므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언명령을 행하지 않는다.

 

나의 자유의지를 굽힌다.

 

결국 실천이성을 위배하는 것이다.

 

고로 칸트는 틀렸다.

 

빌어먹을 이론인 것이다.

 

물론 칸트가 간절히 생각나는 시간이 있긴 하다.

 

그 때는 칸트가 신처럼 느껴진다.

 

 

 

섹스를 하는 시간.

 

 

 

아무것도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어제 둘 중 한명에게 이런말을 했었다.

 

 

"이봐, 원래 섹스할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거야."

 

"아무것도?"

 

"그래 아무것도. 할 수 있다면 칸트의 실천이성을 생각하는게 좋아. 그 외엔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거야."

 

 

 

여자의 웃음소리.

 

교성을 지르며 내 목을 끌어안는다.

 

키스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여자가 내 목을 끌어안는 순간부터 나는 칸트의 실천이성을 생각하며 황홀경에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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