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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81226)a short fiction : singer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나는 가수다.

 

나는 나를 가수라고 말하지만, 남들은 나를 그렇게 불러주진 않는다.

 

댄서라던가, 립싱크 머신이라던가, 꼭두각시..

 

그런 식으로 날 부른다.

 

물론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입에담기 힘들 정도의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고,

 

아예 무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내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내 과거는 심플한 편이다.

 

고등학교를 다닐때 로드캐스팅을 당해 지금의 기획사에 들어왔고 대중을 상대로 춤추고 노래하는 기계가 되었다.

 

아마 그 때는 얼굴이 예뻤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우민들이 씌워준 가면을 쓰고 멍청히 춤출 뿐이다.

 

 

내 나이는 19살이고, 발육은 좋은 편이다.

 

발육의 좋고 나쁨은 네이버에 접속해 내 사진이 첨부된 기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사의 댓글.

 

비린내나는 남자들이 내 사진을 보며 자위를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웃음.

 

크게 웃는다.

 

말한다.

 

"병신들."

 

 

 

어머니, 아버지는 두 분 모두 살아계시고 오빠가 한명 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없다.

 

 

 

이 정도가 당신들이 궁금해하는 나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17살에 데뷔해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은 내게 여러가지 잣대를 디밀고 평가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우습다.

 

난 가면을 쓰고 춤추는 꼭두각시이지만, 머리까지 조종당하는건 아니다.

 

나도 나를 욕하는 네 놈들처럼 생각이란걸 하며 산다.

 

 

 

 

이건 나를 탐탁치않게 여기던 어떤 남자에 관한 글이다.

 

이름은 권문경

 

나이는 24살.

 

성격은 모른다.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권문경이란 남자의 홈페이지를 발견했고, 나에 관한 글이 간접적으로 쓰여있어 호기심을 가졌을 뿐이다.

 

녀석의 취미는 그 놈도 이해하지 못할 글을 쓰며 시간을 죽이는 행동인 듯 하다.

 

그따위 쓰레기같은 글을 쓰면 자신은 속물이 아닌양, 남들과는 다른 양, 혹은 어떠한 후광이라도 얻을려는 듯한 속셈이 엿보인다.

 

뭐 한마디로 병신이다.

 

그 병신이 나에 대해 쓴 글을 간추려보았다.

 

 

"사랑을 해보지도 못한 어린이가 사랑노래를 부른다는 것 부터가 우스운 일이다.

하긴.. 엄밀히 따지자면 노래조차 부르지 않긴하지만."

 

 

뭐 이런 투의 글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권문경이란 머저리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읽어보지 않은 듯하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정의할 때 남녀만의 사랑에 대해 정의한 적이 없다.

 

부모님과의 사랑, 동성과의 사랑(우정이라 불린다), 형제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등.

 

많은 사랑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기술(art)이 다르다고 하였다.

 

내가 남자와 사랑을 못해봤을지언정, 다른 사랑을 못해봤겠는가?

 

 

그리고 권문경이란 남자는 그런 말도 했었다.

 

"대량생산되어 대량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쓰레기같은 음악"

 

자신은 내가 부르는 노래따위 듣지 않는다는 어투다.

 

내가 부르는 노래 뿐만이 아니라 한국어로 노래하는 모든 음악을 부정한다는 투였다.

 

문화사대주의에 빠진 영감같으니라고..

 

자기가 싫어하면 쓰레기고, 자기가 좋아하면 예술이 되나보지?

 

칸트는 하나의 사상을 형성하기위해 같은 표상은 생각하는 주어의 절대적 통일 중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문경이란 인간의 논리에는 생각하는 주어가 배제되어있고, 절대적 통일의 개념이 모호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대적 통일을 주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권문경은 오류 가운데서도 비형식적 오류

 

그 중에서도 적합성과 관련된 오류인 대인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마치 추리의 온갖 오류를 범하고 있는 '나의 투쟁'을 읽는듯한 기분이랄까?

 

 

...

 

나라고 모르는게 아니다.

 

권문경같은 인간이 칸트는 자기만 알고 있는 양, 히틀러의 사상이 어쨌느니 칼 맑스를 재조명해야된다느니 떠들고 있지만.

 

나도 알고 있다.

 

나도 칸트를 읽었고,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었다. 나치즘에 관한 고서적도 몇 권 읽었고, 자본론 뿐만이 아니라 국부론까지 정독해서 읽었다.

 

나라고 모르는게 아니다.

 

단지 방송에서 그따위 소리를 까발렸다가는 내 인생이 끝장나기 때문에 입다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남자조차 용서하기로 한다.

 

내 가면은 처음부터 웃고있기 때문이다.

 

내가 울어도

 

내가 비명질러도

 

내가 아파해도

 

내가 노려봐도

 

내가 찡그려도

 

내가 허탈해해도

 

내 가면은 웃는 모습 그대로니까.

 

 

그런 식으로 살해당하는 것에는 이골이 났으니, 허섭스레기같은 권문경이란 남자를 용서하기로 한다.

 

 

단지 알려주고 싶었다.

 

아니 말해주고 싶었다.

 

 

"이봐요 권문경씨 세상의 모든 아픔을 짊어진척 연기하지 말아요. 당신같은 사람은 지구에 수십억명도 더 있으니까.

 

 

그리고 이미 끝났지만

 

메리크리스마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