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유니세프에 아프리카 지역 아동 84명을 후원하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다.
그는 오늘도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매달 벌어들이는 순월급은 280만원이지만 유니세프를 통해 84명을 지원하는데 매달 168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활비가 빠듯하다.
그의 아내는 호시탐탐 지원을 끊을 궁리를 하고 있었으며,
평범한 입시학원조차 다니지 못하는 그녀의 딸은 시대에 맞지 않게 본드를 즐겨하는 건전하지 못한 학생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 김아무개씨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내전이 발생하여 수만명의 어린 생명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인식하고, 12명의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니세프로 간다.
시간이 지나 김아무개씨의 가족은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고, 김아무개씨는 계속해서 아프리카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현금 수송차를 강탈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김 아무개씨는 그 방면의 전문가 권문경을 만난다.
"모델명은 BF106입니다. 아시다시피 BF 시리즈는 프론트엔진을 취한 특수차량로서 프론트 미러의 하이트가 리어엔진 버스의 것보다 짧습니다. 그로인해 실내의 부피도 그 보다 작을 수 밖에 없단 이야기죠. 부피가 작다는 이야기는 천장과 밑바닥 즉 일반버스로 따지면 좌석부분이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프론트 엔진 버스의 장점은 리어엔진의 경우보다 훨씬 안정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추진력과 최대 토크의 범위에도 어느정도 영향력을 미칩니다. 사실 전륜구동의 버스를 만든다면 더할나위 없이 멋지겠지만요, 물론 현금수송차를 터는데 그런 스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BF시리즈를 운전하는 기사가 당신을 발견하곤 순간적으로 클러치 페달을 밟는 경우입니다. 물론 주행중의 이야기죠, 그 경우 프론트에 위치한 미션이 바퀴에 걸리며 BF가 심하게 앞뒤로 요동치게 됩니다. 제동장치를 밟아 급정거를 시도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핫케이스가 녹아버려 차축이 붕괴되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즉사할 수도 있습니다. 차축이 붕괴된다는 것은 사람으로 따졌을 때 허리뼈와 신경이 그대로 끊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이 그 지경에 처해지기 전에 BF를 통째로 강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금다발이 짓뭉개지며 절대로 빠른 시간에 담을 수 없게끔 되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전액의 40%밖에 강탈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겪고 싶지 않겠죠? 때문에 BF가 정차했을 때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실 요즘은 현금수송차를 강탈하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 현금수송차가 도중에 쉬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리게 됩니다. 물론 기사가 화장실이 급해 휴게소에 잠깐 들릴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건 규정 위반입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운전사의 화장실에 맡기고 싶진 않으실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전자의 방법을 택해야합니다. 주행중의 BF를 통째로 훔치는 것입니다. 자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겠죠? 그럼 계속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프론트엔진 버스는 하이트가 굉장히 높습니다. 보통키의 성인남성이 바로 앞에 서있으면 버스 내부에서는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높이죠. 때문에 버스의 문을 열고 직접 진입을 할 경우 계단이 리어 엔진 버스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에 그 3개의 계단을 순식간에 오르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재 저희 팀에서 실험해본 결과 주행 중 그랜드카니발에서 BF의 문을 강제로 열고 뛰어올라 3개의 계단을 모두 올랐을 때 정확하게 4.56초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직접 시도를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90%, 또한 성공한다 하더라도 7초 이내에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초심자용으로 그랜드카니발의 내부를 자체 개조하여 주행 중 상판이 열리며 1.8m까지 좌석이 올라가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당신이 3개의 계단으로 진입하는 시간은 2.3초, 모두 오르는 시간은 2.9초입니다. 3초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3초라면 어떤 사람이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아인슈타인이 그 사실을 증명했죠. 그리고 그때 당신은 운전수를 대신해 BF를 강탈해야합니다. 그 전에 BF의 마스터키를 복사하는 작업은 저희쪽에서 맡겠습니다.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물론 현금수송차에 대기하고 있는 경호요원들도 저희 팀에서 처리해드릴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작전 중에는 BF와 저희의 차 두 대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앞뒤에서 오는 차들은 모두 무시하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현금수송차가 강탈당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지 절대로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게임의 승패는 당신의 노력여하에 달려있습니다. 대충 우리의 게임은 이런 순으로 흘러갑니다. 물론 설명이 부족해 조금 피상적인 부분이 있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하셔야합니다. 자, 여기까진 이해가 되셨겠죠?"
그는 권문경이란 남자의 말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현금수송차는 강탈해야만했다.
지금도 르완다에서 헛배가 불러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딸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퀭한 눈으로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애걸하고 있었다.
"네, 이해했습니다. 그럼 언제 수송차를 뺏으러 갈 수 있죠?"
권문경이란 남자가 코웃음을 친다.
"이보세요, 현금수송차량을 터는데는 훨씬 정밀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설마 지금 간단하게 설명해드린 이 시스템이 끝이라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죠? 현금수송차량을 털다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죽으면 그야말로 개죽음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각오는 되셨습니까?"
"네,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3:8입니다. 당신이 3, 우리팀이 8의 몫을 배분합니다."
"알겠습니다. 잠깐, 3:8이라니요?"
"의뢰비용이 1입니다. 설마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게임에 끼어든다는건 아니시겠지요?"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3일 후 이 장소에서 다시 뵙기로 하죠, 그때 제대로 된 설명을 드리고 계약을 하도록 하죠,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와 상담을 한 고객들에게는 3개월동안 미행요원이 붙게됩니다. 만약 그 기간 내 허튼짓을 하시면 요원들이 가만두지 않을겁니다. 경찰에 볼일이 있더라도 이 쪽의 허락을 받고 가셔야합니다. 물론 당신의 전화와 휴대전화 및 통신수단은 모두 감청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권문경은 사라진다.
김아무개는 기묘한 기분에 휩쓸려 집으로 돌아간다.
현금수송차를 털어 쟁취한 현금으로 먼 타국에서 먹을 것이 없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생명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김아무개씨는 그들을 위해서 반드시 현금수송차를 강탈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어둠 속에서 그의 두 눈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혼자말을 되뇌인다.
"내가 현금수송차를 강탈한다 해도 이 세상에 내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는 없다. 오직 권문경이라는 그 정신나간 인간 뿐이다."
-Fine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321)시간과 망각 (0) | 2013.04.16 |
---|---|
(20100315)코알라와 유칼리 (0) | 2013.04.16 |
(20100221)이웃집 강아지를 훔치는 방법 (0) | 2013.04.16 |
(20100203)망실로 점철된 접속곡 (0) | 2013.04.16 |
(20100105)경인년 신년사 (0) | 201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