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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100315)코알라와 유칼리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많은 사람들의 상상속에 코알라는 마냥 귀엽기만 한 동물이다.

 

느릿느릿 이동하고, 나무를 꼭 안은채로 유칼리 잎을 맛있게 먹는 모습만을 기억한다.

 

그 밖에는 반짝이는 코가 조금 크다거나, 동그란 두 눈, 조금 뾰족한 발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

 

 

코알라에 조금 더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코알라가 하루 평균 18시간을 잔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쿨쿨

 

정말 쿨쿨 잘도 잔다.

 

나무 밑을 내려와 이동할 때는 다른 나무의 유칼리 잎을 찾으러 갈 때이고,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코알라를 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먼 타국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낯선 사람들에게 안기는 행위 자체만으로 코알라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하루에 수백명의 사람에게 안겨 사진을 찍힌 코알라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한다)

 

 

물론 그런 족속들에게 코알라가 트라우마를 겪든 황홀경을 경험하든

 

아무런 상관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자신이 코알라를 안고 혼자 희멀건 웃음을 지었다는 사실을 사진이 증명해준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 코알라는 아파하고 있다.

 

혼란스러워, 유칼리 잎을 먹을 힘 조차 없이 쇠약해져간다.

 

자칫하여 독성이 짙은 유칼리 잎을 섭취하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경우까지 생긴다.

 

 

 

난 코알라와 유칼리를 생각하며

 

일방적인 사랑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한다.

 

난 사랑했을 뿐이지만,

 

상대방에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코알라를 일방적으로 껴안지 않을 셈이다.

 

가능하다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코알라에게 사람들의 일방적인 행위를 사과하고 변명해주고 싶지만,

 

이미 코알라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도 아파서

 

내 말을 들을 수 조차 없다.

 

 

 

오늘밤은 코알라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며

 

참회하고자한다.

 

 

법정 스님께서 열반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셨다면

 

분명 코알라에게 멋진 사과를 할 수 있었겠지.

 

그럼 코알라도 인간을 이해하고 포옹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지녔을지도 모른다.

 

 

이모저모

 

슬픈 일이 많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