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시퍼렇다.
난 침묵의 공간속에서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들으며 달을 응시한다.
시퍼런 달은 네모로 보인다.
클러스터 몇 개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거추장스러운 인공위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과연 저 물체가 공전과 자전을 병행하는지 의심스러웠으나 인생을 살아오며 시각을 맹신하는 행위 자체는 배타적 당위성을 지니며 필연적 모호에 빠지게하는 것임을 깨달았기에 눈을 감고 인공위성을 지워버린다.
그러자 달 토끼가 나타난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방망이는 이미 존재하지 아니한다.
달 토끼는 귀여운 얼굴로 달을 뛰놀고 있다.
절대로 거대하지 않으며, 상상속의 노동을 행하지 아니한다.
김정일같은 토끼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으나,
달 토끼들은 민주사회를 기반으로 행복하게 살고있었다.
하루키가 만들어낸 또 다른 달에는 내가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장비는 클러스터에 버려둔 채 중력에 역행하며 공간을 이동한다.
색깔은 검은색.
크기는 작지만 내가 어린왕자가 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꽃이 없기 때문이다.
희박한 산소는 사고의 확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어서 빨리 토끼의 달로 가고싶었다.
그 곳에서 토끼와 함께 웃으며, 몰트 위스키를 마시고 싶었다.
안주가 없으면 토끼를 구워 먹으면 된다.
그렇게,
그들에게 카니발리즘을 전파하고 몰트 위스키 한 병을 선물한 채
우주비행사와 함께 지구로 돌아온다.
눈을 뜬다.
이미 달은 본연의 푸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클러스터가 붉게 빛나지도 아니한다.
게다가 나의 달은 찾을 수 없었다.
4월의 어느날 토끼의 달을 멍청히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김정일 토끼를 구워먹더라도 난 토끼의 달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철저한 이방인일 뿐이다.
몰트 위스키를 뇌물로 바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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