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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100703)서큐버스 신드롬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프린스의 음악을 들으며 잠들면 항상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물론 기묘한 일이 아닌 기묘한 꿈인지도 모른다.

 

 

어제도 프린스의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

 

맥주를 두 병정도 마신 채 몽롱한 정신이었지만 쉽사리 잠이 들진 않았다.

 

그러던 중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난 분명 프린스의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음악이 미카의 것으로 바뀐 것이다.

 

Lollipop

 

프린스가 제 정신인 이상 미카의 음악을 자신의 앨범에 삽입할 리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Happy ending까지 울려퍼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날개가 솟아오른다.

 

내 동공은 선홍빛으로 변화하고 입술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검은색의 날개는 활짝 펼쳐져 천장에 닿을 기세다.

 

'내가 눈화장을 지우지 않았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라인은 검었고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입술은 검은색이 아닌 검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요염이란 단어를 재정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달은 하염없이 밝았으며 미카의 음악은 아름다웠다.

 

 

 

 

날아오를 시간이다.

 

오늘도 어디론가 날아가야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낯선 침대에 몸을 뉘일 것이다.

 

천천히 창문을 연다.

 

선선한 공기는 멀리서 불어오는 남쪽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다.

 

손톱은 적당히 날카로웠으며 몸에서는 달콤한 딸기향이 났다.

 

 

 

창문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그렇게 30분쯤 비행했을까

 

기묘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가 보인다.

 

씨익 웃는다.

 

그리고 결정한다.

 

 

오늘은 저 남자에게로 가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일순 고민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달빛이 세상을 선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웃는다.

 

자꾸 웃음이 난다.

 

너무 밝게 웃지 않으려 애써봐도

 

웃음을 멈출 수 없다.

 

 

 

 

그래, 오늘 저 남자에게 '웃음'에 대해 말하자.

 

"지금 웃을 수 없으면 내일, 일주일, 1년이 지나도 웃을 수 없어."

 

좋은 말이다.

 

 

그리고 저 기묘한 분위기의 남자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남자가 있는 7층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창을 열어젖힌다.

 

 

 

남자는 미카의 음악을 듣고 있다.

 

Love today

 

좋은 음악이다.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눈을 응시한다.

 

남자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손을 내민다.

 

 

기꺼이 손을 잡고 춤을 춘다.

 

그렇게 미카의 음악이 프린스의 음악으로 바뀔 때 까지 우리는 춤춘다.

 

세상이 떠나갈 듯 진지한 표정으로, 허나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왕자님은 공주님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다.

 

 

남자는 내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신드롬은 끝난다.

 

 

 

조금 부끄럽지만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