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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110630)Well babies, don't you panic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일 주일 동안 세 편의 영화를 봤다.

 

만들어진 장소도, 주연 배우의 특성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모두 달랐지만,

 

야구로 따진다면 1이라는 환상적인 타율로 만족한다.

 

멍청한 인간의 산유물인 생각을 해보자 우스워졌다.

 

만족이란걸 할 수 있던 네 놈에게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았을까?

 

 

 

 

"사람은 세상을 뒤집을 수 없다."

 

2007년,

 

칵테일을 만들고 손님과 마주앉아 비싼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일확천금을 받으며 살아갈 당시 사장이 내게 말해준 말이다.

 

물론 내가 싫어하던 건물 실소유주의 멍청한 대학원생 아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연약해 보이는 다리에 과하지도 박하지도 않은 쉬폰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필 때면 도톰한 입술을 오므리며 말하던 그 사장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우린 술 장사를 하면서 회식도 했었는데, 보통 새벽 3시에 시작해서 아침 해가 뜨면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게 거나하게 취했을 무렵 사장이 내게 말을 했었다.

 

"나라고 그 진상이 좋아서 이러고 있는건 아니지. 인간은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사는거야"

 

그날은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1/3정도 마시고 사라져버린 부유한 남자의 이름 대신 '진상'이라고 적힌 키핑택을 붙여놓은 날이었다.

 

 

내 기억에 그 사장은 스물 아홉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에 난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봐 사장 누나, 왜 벌써부터 절망을 하고 그래'

 

 

아마 내가 그 시절 더 록키 호러 픽처 쇼를 본 상태였다면 제대로 된 위로를 해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영화를 알지도 못했던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그녀도 더 이상 한탄하지 않았다.

 

난 애꿎은 피스타치오의 껍질만 부수며 맥주를 마셨다.

 

 

 

그 시절에도 사람은 세상을 뒤집을 수 없었을까?

 

 

 

해가 돌고 돌아 어느덧 2011년

 

난 스물 다섯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운전자 보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통 보험회사에서는 운전자가 만 26세 이상이되어야 적당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다.

 

난 아직 엄마의 품 안에서 어리광을 부려야하는 나이인 것이다.

 

기저귀와 턱받이를 착용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그 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지닌 나는 멍청한 지구인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몇 번인가 사랑하고 몇 번인가 절망했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소소한 성취를 일궈냈다.

 

그리고 지금은 이대로 살아야한다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끌어앉은 채 숨쉬고 있다.

 

 

또 다른 영화였던 고백은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이었다.

 

난 이 남자가 미칠 정도로 좋은데, 이번 작품에선 그 특유의 색감의 부재가 날 아프게 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재회한 마츠 다카코는 찢어진 빨간 우산을 쓰고 있을 때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삶의 질과 양에 관한 원초적 질문을 하는 이 영화를 보며 오세훈 시장을 떠올렸다.

 

무지는 죄악이라는 명제에 입각하여 그 또는 또 다른 그들은 죄를 짓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두 집단을 바라보는 내 눈에 정의는 없었다.

 

어느 쪽이 승리의 깃발을 적의 심장에 내리꽂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이 정의였다.

 

그 정의의 본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트랜실베니아로 꺼져버리던지, 해적이 되어야한다.

 

 

그게 세 번째 영화다.

 

손가락만 살아 까딱까딱 움직이고, 두뇌에서 발산하는 망상은 정립도 되지 않았으며 해적이 될 배포나 기개따위가 없는 나 같은 지구인은 오로지 한 갈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영화였다.

 

 

신자유주의를 싫어하고 돈 놀이를 싫어하며 이 시대의 정의를 부정하던 내게 프랭크는 말했다.

 

"Well babies, don't you panic"

 

 

역시 트랜실베니아에서 온 블론디 헤어와 머슬을 사랑하는 양성애외계인은 무지한 나와는 레벨이 다르다.

 

 

 

정의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의였다.

 

정의에 반하는 자들은 청송 감호소에 갇혀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정의로워야 하며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명제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이 자명해지고 있다.

 

Let's do the time warp again.

 

두 손은 엉덩이에 올려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