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무엇을 먹을지 함께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난 못 먹는 것이 참 많다.
이런 나의 편식성향을 두고 혹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쇠 힘줄도 뜯어먹을 것 처럼 생겼으면서 끌끌끌"
하지만 난 억울하다.
외모와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럽게 생긴 내가 음식을 가리는 행위는 조소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 혹은 내가 먹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막창
곱창
어패류
상기와 오징어를 제외한 해산물
이상
하지만 난, 제 작년 겨울 술에 만취한 상태로 막창과 곱창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어패류
상기와 오징어를 제외한 해산물
난 어찌된 영문인지 짬뽕을 시킬 때 홍합을 수북이 얹은 집에 가면 그 것을 꾸역꾸역 까 먹는다.
물론 십 수개나 되는 홍합을 전부 먹어치우진 못하지만, 10개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말이다.
오징어를 제외한 해산물
가을이 왔다.
전어를 공부하다 보니, 어류에 관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내가 전어를 공부했다는 본질을 호도할 당신들께 말하지만, 실제로 난 전어를 공부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전어는 몸 길이가 6~20cm 정도이고, 그 전어로는 세꼬시를 먹는다고 한다.
세꼬시가 무엇인지 깔끔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시미가 아닌,
뼈채로 투박하게 썰어버린 사시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젠장, 사시미가 아니라 회라고 하자.
어쨋든.
20cm가 넘는 전어는 성숙한 놈으로써 구워먹는 편이 낫다고 한다.
기름기가 온 몸에 배어 녀석을 구울 때 고소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옛 말의 근거는 성숙한 놈의 몸을 지질때 나는 고소한 향기 때문이다.
난 그 향기를 맛보진 못하였으나, 어린 전어를 몇 놈 구해 세꼬시로 먹을 기회가 생겼다.
평소 오징어 회를 제외한 모든 생선을 먹지 못한다고 주장하던 나였으나, 녀석을 상추에 싸 씹어보곤 생각이 달라졌다.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먹는구나'
이제 난 못 먹는 음식이 없다.
아직 생굴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던젼 속 끝판 대장과도 같지만,
그 것을 제한다면, 난 먹지 못하는 음식이 없다.
그리고 전어는 무지막지하게 맛있었다.
여자친구가 생기거든, 그리고 그녀가 도망을 가거든, 가는 길에 통통한 전어 몇 놈을 구해 부채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며 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1127)출국 (0) | 2013.04.16 |
---|---|
(20111101)7번 아이언을 휘두르다 (0) | 2013.04.16 |
(20110827)구스타프 클림트와 알베르 카뮈, 그리고 사랑 이야기 (0) | 2013.04.16 |
(20110630)Well babies, don't you panic (0) | 2013.04.16 |
(20110517)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0) | 201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