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day minus one
오늘이다.
일찍 일어났지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고, 아버지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다.
누나는 결혼식 때 쓸 사진이 없다고 투정을 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일찍 렌즈를 수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 때 멋진 사진을 찍어 줬다.
누나와 자형에게 미안할 뿐이다.
역시 난 실내 사진에는 쥐약이다.
위는 친구의 귀요미 동생 결혼식 사진.
사진을 13년 동안 찍은 나로서는 언제나 힘든 것이 결혼식 사진이다.
any way.
그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내 세계일주의 출발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술에 취했지만 모든 사고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세포는 올바른 출항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
내일이 세계일주 D-day인 것이다.
난 무엇을 해야할까?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그리고 알아내었다.
우스꽝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
그 것을 알기 위해 움직이기로 하였다.
어떠한 거창한 개념도 거부한다.
세계일주를 통해 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사실도 거부한다.
그건 이미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난 권문경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이 일주는 그 권문경이란 녀석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찾기 위한 과정이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용하지는 않는 기회.
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셈이다.
그리고 난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 또렷하게 인지한 채 돌아올 테다.
그 것이 이 세계일주의 목표다.
청정 문경.
지나치듯 흘러간 나의 고장(?)의 슬로건이다.
하루도 살아본 적은 없지만.
내 이름을 가져다 쓴 도시.
우스웠다.
강도를 당해 짐을 뺏긴다면 내어줄 생각이다.
그리고 자력을 다해 여행을 지속할테다.
뭐가 어찌되었든, 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행을 할테고, 당신들은 아주 가끔씩 내 소식을 들었으면 한다.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이 뿐이란 사실에 마음이 아려온다.
5분이 지나면 D-day다.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더더욱 설레기 시작한다.
가슴이 뛴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내 귀에도 심장의 쿵쾅거림이 들린다.
역설적이다.
4분 전이다.
D-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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