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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문(旅行雜文)

라오스의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by 빛의 예술가 2013. 7. 23.


-라오스의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vientiane)에서 있었던 일이다.


툭툭을 타고 남푸로 가던 중, 기묘하게도 거리가 조용하다는 것을 느낀다.


분명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그 사이로 툭툭과 오토바이가 곡예를 하듯 빠져나가는데 신기하게도 조용했다.


우회 도로에서도, 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그 기묘한 적요는 줄곧 이어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비엔티엔의 거리를 걸을 때도 느꼈다.


"자동차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간간히 힘이 부족한지, 기어를 바꾸는 자동차의 텅텅거림과 오토바이의 배기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소리만 들렸다.




라오스의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내가 좁은 길을 걷고 있었고, 자동차가 그 뒤를 따라 오는데도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미 내게 접근하기 50m전부터 클랙숀을 눌렀겠으나, 이 곳에선 그렇지 않았다.



횡단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길을 건너려고 하면 차가 기다려주었다.


기묘하게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Vientiane)에 도착한 첫날, 난 1시간도 넘게 도로에 있었지만 단 한번의 경적소리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도로에서 앞 차가 정차해있을 때도 뒷차는 경적 한번 울리지 않았다.


외려 앞차가 움직이길 기다렸다 따라가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단 한번의 경적 소리를 들었다.


빠~앙.


짧고 굵게 클랙숀을 누르는 소리었다.




그렇게 내 환상을 깨뜨려버린 차가 대체 어디있는지 돌아보았을 때, 난 발견했다.


도요타에 탄 웨스턴(Western) 중년 여성이 선글라스를 끄고 클랙숀을 누르고 있었다.


나도 과거 운전을 업으로 삼았던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가끔은 경적을 울리는 게 오히려 안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아니었다.


이 나라의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허황된 망상이 끝나기 전까지 경적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소리와 함께 내 환상은 깨져버렸다.


그래, 그럴리가 없다.


경적을 울리지 않는 자동차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라오스의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라오스의 자동차는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라오스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