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느 '시'의 구절이었는지.. 아니면 여행 소개 잡지의 헤드라인이었는지, 또는 아마추어 여행작가가 여행기에 적어버린 제목 또는 부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다.
'여름날 헤어진 애인을 닮은 섬.. 선유도'
운 좋게도 우리는 불 필요한 것들이 없는 선유도를 여행할 수 있었다.
휴일이 끼지않은 3월의 평일날에 그런 곳으로 여행갈 사람은 당연히 없는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고 이틀간 일주를 하는 동안 섬 주민을 제외하고는 단 한명의 관광객도 보지 못했으니..
가장 번화한 선유도, 청아한 이름의 무녀도, 멋들어진 이름의 장자도, 굳센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장도.
총 4개의 섬을 여행했다.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며 말이다.
가 보면 알겠지만, 정말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기분이다.
멋지지 않은가? 자전거로 바다를 횡단하는 기분.
날씨는 청아했고, 바람도 세게 불었다.
때문에 조금 춥다는 생각은 했지만 눈이 시려올 것 같은 풍광이 내 시야를 잡고있었다.
그리고 섬 주민들은 매우 친절하다.
"입 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밖으로 잠깐 나오세요, 물 가져다 드릴게요"
"도선장으로 가시면 선유횟집이 있어요, 거기서 식사하세요"
"선유도는 다 돌아보셨어요?"
"네.. 이 학교 학생입니다"
"몇 분이세요?"
"추울텐데 위쪽으로 올라오세요, 뜨끈~뜨근 해요"
"물론이죠, 많이 드세요"
"아무거나 골라가시면 되요"
많은 사람들이 선유도를 알고 있고, 선유도에 붙은 저 멋진 문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섬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비수기때를 노려야하고, 날씨가 화창해야한다. 사람들이 전혀 갈 것 같지않은 날에 간다면 더욱 좋다. 멋진 음악을 준비해야하며 자전거를 빌릴 수 있을만한 노자는 지니고 가는게 좋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성수기에 그 섬을 찾는다면, 이미 그 섬은 여름날 헤어진 애인을 닮은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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