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자신이 없습니다.
꽤나 간만에 사용하는 경어체..
저랑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별 볼일 없으면서 언제나 오만 방자하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거만함으로 그대들을 대해야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만남과 이별의 정확한 단계를 밟았다면, 이렇게 내장이 쓰리지도 않겠지요.
가슴이 시리다 못해, 좌심방과 우심실이 얼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장도 쓰린가 봅니다.
언제나 자신감넘치는 모습을 보여야하기에.. 세상이 쪼개져 사람들이 경악할 때도 저는 웃는 모습을 보여야합니다.
신이 강림해 "오만 방자하고, 세상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같은 널 화형식에 처하겠다"라고 말씀하셔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어야합니다.
사람이 저를 떠나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런 일 따위 많이 겪어본 것 처럼 태연하게 넘어가야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떠나가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끝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떠나보내야합니다.
'자신'따위 지하 249m쯤에 묻어버린 내 자신의 변명.
언젠간 두 손으로 땅을 파헤쳐 고개를 쑤셔박고 땅 속으로 들어가 묻어버렸던 '자신'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radio head가 필요한 눈물나게 서러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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