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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61108)일시적 재기 불능 증후군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휴가를 나온 김에 지금 나를 사로잡고 있는 이 병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 이 병을 껴안고 있어야 한다면 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할 법도 했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

 

병원은 어두침침하고 적막했다.

 

당장이라도 좀비가 어느 병실에서 문을 열고 튀어나와 내 목을 조를 것 같은 그런 공포 영화의 분위기처럼.

 

어쨋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의사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린다. 똑똑, 똑똑똑.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나는 몇 가지인가 대답을 했다.

 

"이건 일시적 재기 불능 증후군 같습니다."

 

"그건 처음 듣는 증후군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환자분께서 몇가지의 증후군을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수백, 수천가지도 넘는 증후군이 있습니다."

 

네가 알면 어디까지 알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의사가 반문한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증후군 처럼 이 병은 원인이 불분명 합니다. 그리고 환자분께서 앓고 있는 증상은 또한 다른 사람들이 앓고 있는 증상입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도 이 병을 앓고 있단 말인가요?"

 

"그렇기 때문에 '증후군'이란 말이 붙어있는겁니다."

 

"그렇군요.. 회복 가능성은 없습니까?"

 

"병명에 환자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모든 대답이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회복이 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그런 증후군입니다."

 

"일시적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무한정 길게 지속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아닙니까?"

 

"너무 문학적으로 생각하시는 군요. 학회에 보고된 바로는 1,2년을 채 넘기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년을 넘기지 않는다니.."

 

"2년 이상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모두 자살하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이 곳에서 이 이름모를 의사와 얘기 하고 싶지 않았다.

자살이라니.

그건 이미 19살 때 끝난 문제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도대체 저 의사는 정상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그만. 그만. 그만.

 

꾸벅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선다.

 

분위기가 약간 변해있었다.

 

병원의 음울한 분위기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좀비가 달려들어 내 목을 조르더라도 신경질 적으로 좀비를 뿌리치고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시적 재기( ) 불능 증후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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