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울부짖는다.
요란한 눈화장이 방울방울로 변해 눈 밑을 검게 물들이고, 한 줄기의 검은 눈물이 코를 휘감고 입 주위에 집결한다.
이미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달팽이가 생각날 지경이다.
껍질이 존재하는 달팽이.
그녀의 울부짖음에는 약간의 해학과, 허구, 그리고 부정(不正)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불일정한 흐느낌이며, 흐르지 않는 콧물, 입 주위에 표면화 되는 침의 분비가 그를 뒷받침하니까.
울부짖음에도 단계가 있다.
발단, 전개,위기, 절정, 결말의 5단계가.
지금은 '절정'단계임에 틀림 없다.
어쩌면 넋이 나가버린건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소란스럽기 그지없으니.
하지만 이내 결말에 이르겠지.
머리 카락을 부여잡고 있는 왼손에 힘을 풀어 눈물을 닦고, 약간의 각도 변화를 꾀해 코 주위를 닦고, 오른손으로 입을 닦을테지.
아주 약간의 흐느낌은 절정 후(後)가 되겠지.
그건 결말에 속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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