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분명 빛(光)이 보이는데
적당히 밝은 빛이 보이는데
남들은 아니라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한다.
그러니, 내게도 보이지 않을거라 한다.
내가 보는 것은 빛이 아니라 한다.
보인다고 우겨도 믿지 아니한다.
그들의 믿지 않음을 믿을 수 없다.
내 눈은 개눈깔도, 의안(儀眼)도 아닌데,
어쩌면 그들의 의심은 본질적인 것인지 모른다.
거기에서,
난 두려워진다.
어떠한 류의 고독감이나 적요감에 빠져버린 듯.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적요의 늪으로 침강한다.
중력에 순응한 채
끝도 없이 침강한다.
하지만 적요의 늪에서도 빛이 보임을 누설하지 않으련다.
그게 사실임을 부정(不正)하련다.
적요의 늪 안에서 숨죽인 채 고요히 낙하(落下)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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