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은 대학원생이다.
나이는 좀 있지만 미혼이고, 가슴뿌듯하게도 아버지가 건물주라서 그런지 가게를 두 개나 차려놓은 상태이다.
우습게도 기독교집안이라고 해서 Bar의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
만약 진짜 사장님이 술을 마시러 오면 '손님'이다.
청바지에 구두를 신을 줄 아는 감탄스러운 패션감각을 지녔다.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청바지에 구두를 신지 않는다.)
사장은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여자 두 분.
속어로 얼굴마담이다.
진짜 사장과의 관계는 짐작이 가지 않으며, 화장을 무지무지 예쁘게 하고 다니며,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있긴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들. 특이사항으로 '담배같지도 않은' 담배를 줄창 피워댄다.
둘 다 핀다.
4시간에 한 갑은 피는 것 같은데, 피부는 좋다.
기적이다.
아르바이트생은 나와 여자 한 명.
누나다.
비흡연자이며 어수룩해보이고, 술의 이름을 전혀 모르는 걸로 보아 착하게 자라온 사람같지만 입고 다니는 차림새와 화장을 보면 홍등가에서 방금 뛰쳐나온 아가씨처럼 보인다.
물론 나한테는 착하게 잘 해준다.
자전거도 탈 줄 알고,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다닌다.
여기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자 2명이 직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투입되면 총원 6명.
투입시기는 미정.
그러니까 현재는 4명.
우리는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술을 팔겠다고 모인 집단이다.
예를 들자면 데킬라 선라이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데킬라 선라이즈 뿐만이 아니라, 블랙 러시안, 버번콕, 피나 코라다, 레모네이드따위의 칵테일을 전혀 주조할 줄 모른다.
4명 모두 그런 수준이다.
오늘 바-탑에 모여앉아 레시피를 보며 데킬라 선라이즈를 시험해 보고, 싸구려 와인을 오픈해 잔에 따르는 연습을 했다.
각자 12초씩.
횟수로 말하자면 한 번씩.
그리고 우리 가게의 오픈 날짜는
내일이다.
아마 당신들이 우리 가게에 놀러를 오면, 마실거라곤 음료수나. 맥주밖에 없을 듯.
물론 맥주도 아무거나 마실 수 있는게 아니다.
나는 들어보지도 못한 90,000원짜리 맥주가 있으니 말이다.
귀추가 주목되는 가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웃기는 가게.
가장 비싼 술이 550,000원인 가게.
우리 가게다.
꼭 한번 놀러오길 바란다.
현금지불을 하려고 왔다가, 지갑까지 지불하는 수가 생기니 필히 신용카드 한 장씩을 지참하고 오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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