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는 짓이라는 건 알고 있다.
미치광이의 장난으로 치부해도 나는 아무 상관 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미치광이고, 너희들이 보기에 이건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난 26살짜리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난 필연적으로 그 여자에게 끌리게 되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때문에 지금 애인과 헤어지고,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이다.
26살 짜리 여자가 거의 그러하듯이, 이 여자도 결혼할 남자가 있다.
오랜 시간동안 사귀어 온 남자.
나 같은 쓰레기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그런 남자다.
이 상황에서 나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다.
내일이면 개인적인 약속 없이 만날 수도 없는 사람.
바보처럼 생긴 나를 보고 잘 생겼다고 농담을 해 주는 사람.
웃는 모습이 천사같은 사람.
내 바보같은 말 한마디에도 밝게 웃어주는 사람.
껌을 씹는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
예쁘장한 큰 눈을 갖고 있는 사람.
...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분명 난 예전처럼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이 여자는 다르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의 앞길을 막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내 나이가 더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3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증오스럽고, 눈물이 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눈을 감는다.
두 눈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을 감는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죽지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녀도 이 글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보고 그 어떤 동요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난 아직도 어리고, 사랑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조차 모르기에,
이 따위 어리석은 글을 적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만나면 안되는 사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남자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때 사랑을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한다.
머저리같은 동생은 잊고, 앞길에는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빈다.
행복한 모습만, 행복하기 때문에 웃고 있는 모습만, 내게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40도 짜리 양주를 한숨에 들이키고 맥주를 4병쯤 마신 후 쓴 글이다.
내가 정신을 차리면 곧장 지워버릴 글.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남자인지, 새삼 느끼게 될 테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이 글이 현재 내 마음이니까.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0531)누가 나를 괴롭힐 때 (0) | 2013.04.16 |
---|---|
(20070514)사랑에 미친 남자 (0) | 2013.04.16 |
(20070504)우리 가게로 놀러 오세요 (0) | 2013.04.16 |
(20070428)미필적 고의 (0) | 2013.04.16 |
(20070419)어떤 소설의 시나리오 (0) | 201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