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랑때문에 정신이 돌아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거짓말도 픽션도 아닌 사실이다.
우리 삼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아버지의 형제들은 모두 5명이다.
난 20살이 될 때까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명절에 모이는 구성원이 정말로 5명의 남자였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20살이 되던 해.
어떤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알려지지 않은 6번째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내겐 삼촌이 하나 더 있고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다는 얘기.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다.
더 이상 얘기하면 아버지가 나를 공중 10회전 시켜버린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칠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어제.
어머니를 졸라 지금껏 보지 못한 그 삼촌에 대해 물어봤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 남자는 이전까지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대학교도 좋은 곳을 다녔다) 잘 생긴 외모에, 성실하기 까지 한 그런 남자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군대를 가게 되고, 군대를 다녀온 후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는 여자 하나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는데 (만난 시점은 정확하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헤어졌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내 삼촌은 미쳐버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우리 집안에서 그 일이 달갑게 느껴질 리 없었다.
삼촌을 정신병원에 처박아버리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식들에게 아무 말 없이 살아온 것이다.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5명의 남자 모두가.
물론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다.
우리 아버지는 무서우니까.
평소에 양처럼 착한 남자가 화가 나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진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 사실보다 우리 아버지도 마음 아파하실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난 이 남자가 호의적으로 느껴진다.
사랑에 미친 남자와 내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리만치 짜릿한 것이다.
대체 얼마나 사랑했으면 사람이 이 지경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처럼 하드보일드하고 로맨틱한 남자가 내 주위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다.
20년이란 긴 시간동안, 그 여자만 생각하며 병실에 누워계시는 우리 삼촌.
이번 추석에는 몰래 병원에 찾아가 그 남자를 만나보려한다.
아마 그런 남자라면 나를 좋아해줄 지도 모른다는 허튼 생각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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