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226 (2080825)Cloud Smile _ A Short Fiction 분명 그 남자는 10년 후에 베를린 필 하모닉에 들어갈 거라고.. 내게 말했었다. 1998년. 세상이 끝나기 1년 전. 우린 그런 투의 대화를 하고, 그런 류의 음악을 듣고, 그런 식의 사랑을 했다. "바보야, 지구는 1년후에 끝장날거야. 그런데도 바이올린을 계속 칠거야?" "바이올린은 켠다고하지 친다고 하지 않아. 그리고, 난 바이올린을 믿지 다른 어떠한 것도 믿지 않아." 확고함. 냉정함. 어느정도의 잔인함까지 동시에 갖고 있는, 그 남자가 ... 좋았다. 아마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편안했으니까. 다른 남자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으니까. 착각인지도 모를, 하지만 그런류의 특별함이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1999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어제처럼 오늘도 시작되고, 내일이란 놈에게 집어삼.. 2013. 4. 16. (20080704)격노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처럼, 울창한숲의 거센 바람처럼. 나는 일어선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앉아." "왜 일어난거야?" "조용히 있는게 좋을거야" "입 다물어" 그제서야 난 격노한다. 손끝에서 마디로, 주먹으로, 팔뚝에서 어깨까지 힘이 들어간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다. 항상 사실이 중요하다. '격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앞뒤사정따위 고려대상이 아니다. 나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행동해야한다. 그 다음 일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2013. 4. 16. (20080519)향긋한 春, 들려오는 비명소리 이 정도면 충분히 젖어있겠지. 내 머리카락도, 얼굴도, 어깨에서 가슴팍을 지나 배까지, 발목이 젖었는데 다리가 젖지 않을 수 없겠지. 난 그런 식으로 온 몸을 빗속에 던진채 우두커니 서 있겠지. 어쩌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겠지. 그 순간 어디선가 향긋한 봄의 향기가 내 코에 다가와 이 비가 봄비라는 것을 알아채겠지. 여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면, 우산을 쓸 필요없이,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행복할 수 있겠지. 행복한 비명소리만큼이나,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겠지. 2013. 4. 16. (20080509)이별 난 취하지 않았다. 물론 타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절대 취하지 않기 때문에 취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말한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그녀는 그런 소리를 듣기 싫다고 말한다. 역겹다 한다. 비겁하다 한다. 의지력이 약하다 한다. 개 좆보다 못한 소리라 한다. 그럴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녀에게 전할 수 없다.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단순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헤어진다. 봄날은 서서히 지나가듯이. 그리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듯이 그 것으로 끝이 난다. 2013. 4. 16. (20080427)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역마살에 걸려있던 나의 10대. 계속해서 제자리에 서 있으면 폭발해 버릴 것만 같던 그때. 동네 뒷산이라도 좋으니, 이 곳에 서있을 수만은 없던 때. 만 사천원을 손에 쥐고, 2박 3일동안 수백킬로미터를 여행하던 그 때. 처음보는 사람과 혼숙을 하던 그 때. 수십킬로미터를 걸어가고, 길바닥에 쓰러져 자던 그 때. 돈이 없어 경찰에게 먹을 걸 좀 달라고 구걸했던 그 때. 뱃사공과 말보로를 나눠 피우며 인생을 이야기 했던 그 때. 내가 먹고 잘 돈은 없지만, 부모님께 보여드리려 마른 오징어 한다발을 사고 실실거리던 그 때. 먹고 자는건 둘째치고, 술과 담배가 있어야 걸을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대학생 노트 한권정도 되는 분량의 내 여행일지의 시작은.. 2013. 4. 16. (20080312)답변 "그래도 지구는 돈다."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은 듯하다. 아니, 코페르니쿠스가 살던 시대에는 총이 없었던가? 잘 모르겠다. 아마 있었을 것이다. 물론 코페르니쿠스와 총이 동시대를 함께했는지, 그게 궁금해서 이 글을 쓰는건 아니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코페르니쿠스란 바보가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은 놈인양 지구가 돈다고 말했다는 사실. 시간이 지나고 대가리에 총을 맞은건 코페르니쿠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변한건 아무도 없다. "아~ 지구가 도는게 맞구나" 정도로 미미한 인식의 변화만이 있었을 뿐. 이게 답변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남이 내 인생의 중심에 설 수 없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내 인생의 중심에서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그 사람을 배제한 .. 2013. 4. 16.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