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89 (20111127)출국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많은 곳을 다녀보길 바래" 당신이 생각났다. 어쩌면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사귀었던 여자보다, 당신을 먼저 사랑한게 아니었을까? 만난 건 고작 하루 뿐인데, 성도 이름도 모르는 당신이 이 정도로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13. 4. 16. (20111101)7번 아이언을 휘두르다 연말이라고 하기에는 이 가을이 애처로웠다. 엊그제 창 밖에서 바라봤던 하늘로 흩날리는 낙엽이 애잔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인왕산과 안산의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골짜기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띄고 무상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주에는 수영 학원에 좀처럼 나가질 못했다.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약속이 잡혔기 때문이다. 온통 비생산적 술자리 뿐이었다. 그 사람들은 회색분자인 나보다도 정치에 무관심하였으며, 금융 회의론자인 나보다 재테크에 대해서 무지하였고, 체제 전복의 기회를 호시탐탐노리는 나보다 신 자유주의에 대한 고뇌가 부족하였다. 냄새나는 영감같은 얘기따위 짖이겨 버리더라도, 그 사람들은 베토벤과 바흐를 구분하지 못하였으며, 그 짧막한 맑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은 경우가 없었고, 대량 소비를 목적으로 하.. 2013. 4. 16. (20110927)가을 전어 나와 무엇을 먹을지 함께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난 못 먹는 것이 참 많다. 이런 나의 편식성향을 두고 혹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쇠 힘줄도 뜯어먹을 것 처럼 생겼으면서 끌끌끌" 하지만 난 억울하다. 외모와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럽게 생긴 내가 음식을 가리는 행위는 조소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 혹은 내가 먹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막창 곱창 어패류 상기와 오징어를 제외한 해산물 이상 하지만 난, 제 작년 겨울 술에 만취한 상태로 막창과 곱창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어패류 상기와 오징어를 제외한 해산물 난 어찌된 영문인지 짬뽕을 시킬 때 홍합을 수북이 얹은 집에 가면 그 것을 꾸역꾸역 .. 2013. 4. 16. (20110827)구스타프 클림트와 알베르 카뮈, 그리고 사랑 이야기 사람들이 왜 사랑을 노래하는지 알아요? 실존 철학에선 형이상하를 막론하고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있다고 규정해요. 카뮈가 그린 이방인에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등장하고, 클림트가 써내려간 키스에는 절벽이 있는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초월적 존재 역시 양분되니 오늘은 그 본질에 대해 얘기할게요. 현실을 허구에 입맞춘 채 흘러가는 형이상학적 부속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실존 철학의 근원을 찾으면 니힐리즘에 접근하게 되요.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가 말한 것처럼 결국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겠죠. 그런 니힐리즘에서 실존주의자들이 파생되었다니 참 우스운 일이죠. 허무와 실존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사르트르와 카뮈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사르트르의 지적 한계는 두꺼운 벽에 부딪히게 되죠... 2013. 4. 16. (20110630)Well babies, don't you panic 일 주일 동안 세 편의 영화를 봤다. 만들어진 장소도, 주연 배우의 특성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모두 달랐지만, 야구로 따진다면 1이라는 환상적인 타율로 만족한다. 멍청한 인간의 산유물인 생각을 해보자 우스워졌다. 만족이란걸 할 수 있던 네 놈에게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았을까? "사람은 세상을 뒤집을 수 없다." 2007년, 칵테일을 만들고 손님과 마주앉아 비싼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일확천금을 받으며 살아갈 당시 사장이 내게 말해준 말이다. 물론 내가 싫어하던 건물 실소유주의 멍청한 대학원생 아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연약해 보이는 다리에 과하지도 박하지도 않은 쉬폰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필 때면 도톰한 입술을 오므리며 말하던 그 사장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우린 술 장사를 하면서 회식도 했었는데.. 2013. 4. 16. (20110517)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이틀 동안 한바탕 난지 매립장을 뛰어 다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른쪽 손목에 5cm정도의 얇고 긴 상처가 나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묘했다. 힘이 부쳤다. 좀 더 젊은 시절의 나는 2박 3일 동안 개처럼 슬램을 해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월요일 저녁까지 끄떡없던 내 신체가 무너지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침대에 몸을 뉘인지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오한이 밀어닥치고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웠다. 뭐라도 먹어야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존 메이너스 케인즈가 말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 밖에 케인즈가 위대한 점은 삶의 종지부를 찍은 뒤 반 세기가 지난 현재도 그의 주장엔 조금의 헛점.. 2013. 4. 16.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