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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나의 소멸에 관하여

by 빛의 예술가 2009. 5. 20.


예전 내 심장을 뛰게 만들던 것들은 모두 죽었다.

 

 

땀에 범벅이된 시뻘건 열정이 난무하던 그 공간이며

 

 

타르와 알콜에 찌든 우리들만의 연습실

 

 

매번 내 동공을 32%정도 확장시키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다리가 가는 여자애와

 

 

멸공만이 조국통일의 지름길이라고 핏대높여 말하던 그 남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침까지 흘리며 들었던 흑인도 백인도 아닌 그의 음악

 

 

무전여행 중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잠자리를 구걸하던 객기

 

 

도로 한 복판에서 버스를 세울 수 있던 용기

 

 

눈물이 멈추지 않아, 탈수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그 소설

 

 

만취한 상태로 길을 걷다 쿵하고 넘어져 찔끔찔끔 쏟아내던 알콜 맛이 나던 피

 

 

하늘만 바라보며 핸들을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던 운전술

 

 

눈 앞에서 순식간에 소멸해버린 U.F.O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기세로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눈

 

 

북극성이 우주진에 가려 보이지 않게되어, 답답한 마음에 블랙홀을 사랑했던 그 순간

 

 

 

그리고

 

 

 

신이라도 나를 막는다면 찢어죽여버리겠다는 

 

허황된 열정까지

 

 

 

내 심장을 뛰게 만들던 것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당신만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어쩌면 당신이 나를 과거로 돌려보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생각은 착각이 아니었으면 한다.

 

 

 

- 권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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