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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120331) 애플 삼총사

by 빛의 예술가 2012. 9. 26.

저번주였던가?

새로 나온 아이패드를 샀었다.

사실 이 기계를 사기 위해 홍콩에 간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홍콩에 가게 되면 아이패드를 집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물량 정보를 확인하기는 했었지만,
정말로 그 것을 사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네이버는 홍콩에서 더 이상 아이패드를 찾아볼 수 없다고 대답했었다.

Sold out

고도 지성의 상징인 집단지성이 그렇게 대답했었다.


"홍콩에선 어디를 가도 뉴아이패드 매진이예요"

"맞아요, 제가 10군데 다녀봤는데 지금은 없더라구요"

"1차 물량 다 빠지고, 입고되려면 몇 주 기다려야 된대요"








지랄

난 햄버거 먹다가 옆에 있길래 샀다.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교도소 면회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Sold out이란 단어 내면에 숨겨진 무한한 감동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진..

우리가 떠올리는 매진의 이미지를 비틀 수 있는 능력이 이와이 슈운지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조금 변태 같긴 하지만.



소설 1Q83 1권을 절반 쯤 읽었을까?

난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 지 추측할 수 있었다.

자랑을 하나 더 하자면 난 등장인물 가운데 누가 누구와 관계를 가질 지 알고 있었다.

관계에 대한 추측은 맞아떨어졌으며,

결말에 대한 추측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 곳에 올 때 책장에 꽂혀있던 1Q83 3권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갑자기 하루키의 소설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하루키가 변태이기 때문이다.

뭐 그리 나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나쁜영화가 상영될 때 아마 난 그 영화를 볼 수 없었을 게다.

나이가 어렸던가, 뭐 여하튼 지랄같은 이유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십대가 된 지금 아직도 난 나쁜영화를 보지 않았다.

극도로 재미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난 영화 레옹의 포스터를 비디오 가게에서 발견했을 때도 그 비디오 테잎을 빌릴 수 없었다.

나이가 어렸던가, 뭐 여하튼 지랄같은 이유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십대가 된 지금 레옹을 스무 번 정도 봤던 것 같다.



생각이 났다.

난 그때 귀요미 초등학생이었고, 우리 누나는 못난이 중학생이었다.

난 누나에게 그 비디오 테잎을 빌려오라고 땡깡을 부렸고, 

누나는 비디오 테잎 대신 내 목을 조르며 지옥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 후로 난 조금이나마 인생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녀같은 누나도 미안했던지 비디오 테잎을 빌려왔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목을 졸려 죽을 뻔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에 잊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어쨋든 난 초등학생 때 레옹을 보고 내가 죽을 때 까지 이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는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이십대가 된 지금까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러브 스토리

하루 종일 맥북을 두드리고,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고, 아이패드로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 것외에 킨들로 책도 읽고, 갤럭시로 전화도 한다.

...

대체 무슨 이유로 내 삶이 전자 기기에 의존하게 되버린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몇 가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찾아봤다.

가끔씩 스탠드를 켠다.

전자렌지에 햇반을 익혀 먹는다.

가스렌지에서 라면을 끓인다.

냉장고 안에 있는 맥주를 꺼낸다.

추운 날에는 전기 장판을 켠다.

내가 싫어하는 갤럭시 뿐만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는 나를 괴롭히는 인터넷 전화기 까지 있다.

전자 계산기가 있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기계다.

마우스는 세 개가 있다. 두 개는 무선이고, 정밀 작업을 할 때는 유선을 사용한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온통 기계였다.

이 많은 기계에 둘러 쌓여, 이 많은 기계들을 사용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졌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란 말이 있다던데 들을 때 마다 의문이 든다.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 스마트폰 같은걸 사용할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사람이 스마트해지는게 아닌 것처럼.





어제 스크류 드라이버를 만들어 마시며 소파에 앉아 신제품 양산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패드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누가 아이패드를 왜 샀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달력이 필요해서요"


오늘,

책상에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가 나란히 서 있는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난 애플이란 회사를 좋아하지 않고, 스티브 잡스는 인류의 퇴보에 일조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흘 정도 사용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아이패드는 달력으로 사용하기 괜찮다.

아이폰으로 통화하기 불편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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