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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70922)A Short Fiction #7.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녀석이 말한다.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썩은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런 시건방진 소리가 내 귀에 꽂히는 순간, 오른손에 쥐고있는 리볼버가 꿈틀댄다.

 

하지만 침착한다.

 

주제도 파악 못하는 시건방진 놈에게는 협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니까.

 

"그래? 그런데 말야, 너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알고 있어?"

 

주제도 파악 못하는 시건방진 놈은 침묵한다.

 

그제서야 내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놈의 대가리에 리볼버를 대고 말을 잇는다.

 

"힌트를 주지. 호랑이가 앞발을 휘두를땐 1ton의 파괴력이 있지. 그리고 사자가 앞발을 휘두를 때는 800kg의 파괴력이 있어. 이제 맞춰보시지, 배고픈 호랑이씨"

 

놈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모습마저 시건방지게 느껴져 참을 수가 없다.

 

더욱 X같은 사실은 놈이 대답하지 않는다는 점.

 

그렇게 3분정도가 흐른다.

 

"아직도 썩은고기를 우악스레 뜯어먹을만큼 배가고프지 않은 모양이군."

 

놈은 계속해서 침묵한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다.

 

펑.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리볼버는 놈의 대가리에 주먹만한 구멍을 선물한다.

 

끈적한 뇌수와 시뻘건 피.

 

새하얀 벽지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린다.

 

이건 '순간예술'이다.

 

모든게 사랑스럽고, 단순하며, 예측할 수 없다는데 그 매력이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

 

구역질이 난다.

 

....정도?

 

 

하지만.

 

토하진 않는다.

 

 

나는 썩은고기를 던져주는 힘센 사자니까.

 

리볼버를 주머니에 꽂고 놈에게 말한다.

 

"정답은 사자가 이긴다."

 

 

 

놈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말야, 사자는 싸움을 할 때 어정쩡한 기립자세로, 먼저 오른쪽 앞발로 상대를 가격함과 동시에 왼쪽 앞발로 상대방을 찍어버리지."

 

놈이 꿈틀하는걸 본다.

 

"그래서 사자는 한 번의 공격에 1.6ton의 파괴력이 있고, 호랑이는 한 번의 공격에 1ton의 파괴력이 있는 셈이지."

 

얼굴이 절반쯤 날아가버린 놈의 표정이 변한다.

 

이 예술작품은 완성 후에도 몇 분 정도는 자유의지를 갖고 스스로의 모습을 바꾼다는데 더욱 멋진 의미가 부여된다.

 

 

하지만 놈에게는 조금의 동정도 가지 않는다.

 

주제파악도 못하면서 겉멋만 부리는 호랑이는 사자에게 이길 수 없으니까.

 

썩은 고기가 더럽다고, 먹지 않는 호랑이의 미래는

 

없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작품이 변형을 멈춘다.

 

찰칵.

 

작품명은

 

No.7

 

 

당신의 추측이 맞다.

 

난 지금까지 7마리의 호랑이를 죽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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