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착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고싶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때
친구집에 놀러를 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와 나 그리고 다른 두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병신같은 놈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셋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기 전까지만 머저리 병신을 때렸다.
병신이 살려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비웃으며 더 말해보라고 했다.
병신이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난 더이상 듣기가 역겨워 병신의 턱을 겨냥해 발을 뻗었다.
뻑
병신이 울기 시작했다.
기억나는건 거기까지.
잘 놀고 있던 4명 중 3명이 합세해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에피소드.
사실 착하고 조용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권문경어린이가 사람을 때린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분노했고, 나머지 두 명이 내 편을 들었을 뿐.
그 이후 난 지고 싶지 않다는 신념을 가슴속에 품은 어린이가 되었다.
그 어린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군대를 갔다.
이번엔 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 에피소드.
권문경 상병은 눈을 부라리며 말하기 시작한다. 상대는 준위. 나이는 50살.
권문경 상병은 쉬지 않고 말해댄다.
욕은 하지 않는다.
단지 준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쉴새 없이 말할 뿐.
기억은 거기서 끊긴다.
사랑스러운 군대를 떠날때쯤, 권문경 상병은 영창에 갈 뻔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더욱 지고 싶지 않았다.
또래의 아이들에게도, 50세 먹은 아저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하지만 늙어가며 계속 드는 생각은
착하게 살자.
나쁜짓은 이미 많이 했으니, 이제 착하게 살자.
다짐해 봐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24년을 살아왔다.
24년..
실수투성이 내 인생이지만
결국 내가 만들어온 길
이제야 알 것 같다.
두 가지 중 하나는 버려야한다는 것을.
착하고 살고 싶으면 착하게 살면 되고,
지고 싶지 않으면 이기면 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그걸 깨달은 다음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고싶지 않다.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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