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10시 41분.
한 여자를 봤다.
나는 보도블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걸어가던 중 그 여자를 봤고,
그 여자에게서 나는 광채때문에 눈이 부셔 거리에 쓰러진다.
쿵
내가 넘어졌을 뿐인데 세상이 진동하는 듯한 쿵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 박동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내 옆을 지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웃음
그래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웃음.
가만,
그 남자옆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동조.
옆에 있는 남자의 비 웃음에 동조하고 있다.
무시한다.
두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작아짐과 동시에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그래, 이번엔 여자다.
하지만 광채가 나던, 그 여자는 아니다.
이번엔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아 들을 수 없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차의 경적음이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신호등을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좌측에서 경적음이 울린다.
곧 거리는 아수라장이 된다.
자동차 경적음은 살아있는 더러운 생물체처럼,
내 귀를 휘감아 돈다.
자동차 경적음이 베토벤의 음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어나야한다.
이대로 자동차에 깔려 죽을 수는 없다.
그런데 아직도 일어날 수가 없다.
현기증이 난다.
구토증상이 일어 난다.
기침이 난다.
심장이 쿵쾅거려 호흡할 수가 없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식은땀이 난다.
그제서야 난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
북동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다. 난 아무렇지도 않다
단지 눈이 부셔 아직까지 거리에 쓰러져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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