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斷想)

(20081130)허튼수작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이 것은 20XX년 XX월 XX일 이름모를 고양이와 대화를 하던 중 느낀바에 대한 이야기다.

 

"넌 이름이 뭐니?"

 

"고양이"

 

"그런 개체 종속적 발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이름이 있을거 아냐?"

 

"없어"

 

"할 수 없지.. 그럼 지금부터 널 고양이라고 부르겠어."

 

"지금부터? 난 지금부터 너와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래? 고양이주제에 뻔뻔하구나."

 

"모든 고양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맹신하지. 그 결과 모든 고양이는 인간이성의 권한과 한계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어. 인간과 담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야. 인간과의 담화를 형이상학화하여 판단기준을 제시하게 되지. 당신에게 고양이와 대화를 통하여 무엇을 알아낼것인지,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바라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군."

 

"..."

 

"자연의 중심이 인간이라 생각하나?"

 

"..."

 

"이 처럼 쉬운 문제에도 대답하지 못하다니.. 형편없군. 그럼 힌트를 주지. 칸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이해가 선행되어야하지. 하지만 칸트의 이론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으로 이해해선 안돼.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였고, 칸트도 사물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하여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을 꾀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페르니쿠스의 본질을 잊은 채로, 발상자체만 수렴한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지. 아직도 자연의 중심이 인간이라 생각하나?"

 

"..."

 

"칸트의 철학은 인간을 향한 철학이야. 칸트를 읽어본 적은 있나?"

 

"..."

 

"넌 정말로 형편없는 인간이군.. 킬링타임용 대화는 여기서 그만. 난 생선가게를 급습하는 계획이나 마저 세우러 가야겠어. 넌 이제부터 집에 들어가서 맥주나 마시며 음악을 듣는게 좋을거야. 내 계획을 방해하는 허튼수작을 부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

 

"그럼 이만"

 

 

고양이는 날렵하게 움직인다.

 

난 고양이의 조언대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러 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미쳐있다.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1207)멍멍멍  (0) 2013.04.16
(20081201)나는 영화배우다  (0) 2013.04.16
(20081128)난(爛)  (0) 2013.04.16
(20081116)난(暖)  (0) 2013.04.16
(20081013)난(難)  (0) 201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