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
당신이 공부하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술을 좋아하고 여성 편력이 있으며, 역설적 순결을 지키고 있는 당신이 공부하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단 말이다.
인생 2막을 활짝 열어젖힌 채 술을 좋아하고 여성 편력이 있으며, 역설적 순결을 지키고 있는 당신이 직장인이 된 내게 공부하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이런 쌍팔년도 가감법을 이용한 작문이 나와 당신의 이야기엔 걸맞다.
내가 칵테일을 연구하며 몇 장의 사진, 레드홀스, 말보로 블루 그리고 워터프론트 호텔과 공존했던 뜨거운 남국의 섬보다
조금 더 뜨거운 곳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을 당신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해본다.
#2. 박칼린
박칼린은 과대포장 되어있다.
어쩌면 이 시대가 포장해준 모습을 선물로 받은 채 의기양양할 지도 모른다.
#3. 공룡고기
티라노사우르스의 안창살을 먹자고 약속한다.
조선팔도가 용암처럼 끓어 오르고,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추며, 심훈이 종각의 인경을 예각으로 들이받았을 그 날에 태어난 내 친구는 티렉스의 안창살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토요일.
티렉스의 안창살은 어떤 맛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4. 김어준
박학다식하고 언변까지 갖춘 시대가 낳은 인물 김어준은 대단한 사람이다.
사실 지식의 폭이 그리 깊지 않고, 흑백논리로 세상을 꿰뚫는 구석은 맘에 들지 않지만
이명박 각하에게 쥐새끼라는 폭언(혹은 충언)을 일삼지 않으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들며 청중을 감화시키는 능력은 그가 갈고 닭은 재주임에 틀림 없다.
그런 김어준의 입을 닥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가르치며 인간을 현물과 같은 가치로 환산하던 늙수그레한 박사들이 아닌,
진짜 박사들은 김어준의 입까지 닥치게 만든다.
#5. 이글스의 내한공연
회사에서 신사역 5번 출구로 걸어가는 길엔 주요 공연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글스가 온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이글스는 멤버 전원이 의자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며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던 모습
지금은 생각이 다르지만,
당시만 해도 졸라 멋있었다.
(배철수도 나와 같이 회상했다)
어쨋든 그 노인네들이 내한공연을 갖는다고 하며, 공연을 예매한 인원의 80%는 30대 이상이라고 조선일보가 말했다.
#6. 서대문도서관
서대문도서관에 대출증을 만들었다.
나도 대한민국 서울 시민이 된 것이다.
예전,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까마득한 과거에
여자친구와 정독도서관에 간 적이 있었다.
책상에 앉아있던 사서는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책은 서울 시민만 대출하실 수 있으세요"
열람실에 가본다.
열람실 조차 서울 시민들에게만 할당되어있었다.
나는 서대문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들었으며 사서는 서울 곳곳에 등재한 22개 도서관에서
대출은 물론 열람실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 빌어먹을 정독도서관도 22개 도서관 중 하나였다.
서대문도서관과 첫 만남은 댄스댄스댄스
1권
그리고 2권.
#7. 서민
"월 수입이 7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사람은 서민이다."
고로 나는 서민이다.
위 문장에서 가장 비참한 단어는 '채'
나는 한 달에 70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서민이란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거지에게 거지라고 말하면 화를 낸다고 했던가,
나는 신문 같지도 않은 신문들과, 방송 같지도 않은 방송들이
서민인지 지랄인지 운운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역겨울 뿐이었다.
내가 서민이기 때문이다.
#8. 카니발
브라질에 카니발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9. 박정현
슈퍼스타 K2이후로
어떻게 하면 발로 편집을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심히 고민했을 방송을 발견했다.
"나는 가수다"
내가 프리미어로 편집해도 저 따위 엉상한 영상보단 잘 만들 수 있을거란 확신이 차올랐다.
그리고,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와 박정현의 노래는 나를 또 울보로 만들었다.
#10. 꽃샘추위
추위에 유독 약했던 내게 그녀가 말했었다.
"옷은 많이 껴입는게 따뜻하지요~"
두꺼운 옷 한 벌보단, 얇은 옷 세 벌.
레이어드란 말 조차 국내에서 통용되지 않던 그 시절.
그녀는 내게 레이어드를 가르치고 있었을까, 온기를 가르치고 있었을까?
#0. 떠나버린 여자는 차가워야 한다
그렇게 말했었다.
떠나버린 여자는 차가워야 한다.
하지만
떠나보낸 여자는 차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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