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 여행기/중동(Middle East)

(여행기/이란) 이란 입국기 (인도 델리-이란 테헤란)

by 빛의 예술가 2017. 6. 13.

[화약고]


새벽, 인도 뉴델리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전날 뉴델리 공항에서 반나절쯤은 노숙을 한 터라 비행기에서는 내내 잠만 잤다.


눈을 뜨니 기내방송이 시작되고 있었고, 터미널을 향해 한걸음씩 발을 내딛자 부르카로 온몸을 칭칭 감싼 여자들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화약고(火藥庫) 아라비아 반도에 도착했다.


사실 여행을 하며 화약고는 많이 지나쳤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위치한 동북아시아지역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약고이다.

가장 큰 요인(?)인 남한과 북한은 아직 전쟁 중이며 6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휴전협정이 발효 중이다.

해외에서 볼 땐 아직 전쟁중인 나라,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가 있는 곳, 미국/일본/러시아/중국으로 대표되는 초강대국의 접경지대 쯤으로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난 처음부터 화약고에서 출발을 한 셈이다.


두 번째는 인도/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잠무-카슈미르 지방이었다.

사정상 아직 여행기에는 적지 못했지만, 불과 4,50여년 전 있었던 인도-파키스탄 3차 전쟁에서 인도가 빼앗아온 지역을 여행한 것이 그 곳이다.

쌍방이 핵무장을 하고 있으며, 아직도 양국간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에 뺄래야 뺄 수 없는 유명한 화약고이다.


그리고 세 번째 아라비아 반도.

한국인들에게 여행 금지 국가인 예멘, 이라크, 시리아가 속해있으며, 입국은 가능하지만 관광목적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버티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살벌한 나라들이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존재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과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그 나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물론 지중해와 면해 있긴 하다)

심지어 그 과정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까지 점령해버렸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선 아직 내전이 진행 중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서로를 향해 로켓포를 겨눈다.

(로켓포의 성능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서로를 향해 쏘아대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렇게 적시한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언급조차 하지 않은 화약고는 뇌리에서 지운 채 되뇌인다.


'ㅅㅂ.. 지구에 화약고가 왜 이렇게 많은거야?'




[샤르자 국제공항 (Sharjah International Airport)]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연방의 7개 토호국의 하나로, 유명한 두바이에서 약 2~30Km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물론 난 경유를 목적으로 이 곳에 왔기 때문에 다른건 신경쓰지 않고 공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난 담배를 피고 있었기 때문에, 흡연부스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없었다.


공항을 크게 두 바퀴 돌았는데도 흡연부스가 없다.


해서 공항 직원에게 다급히 묻기 시작했다.


"저기, 담배 피우려면 어디로 가야돼?"

-"안돼. 너 여기서 담배 못 피워"


이런 끔찍한 상황은 흡연자들만이 겪게되는 소소한 일이다.

뭐.. 경유는 앞으로 4시간 남았다.



막상 담배를 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허기가 졌다.

잔돈으로 남아있는 달러를 아랍에미리트 돈으로 조금 바꿔서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도넛 가게에 갔다.



냠냠



도넛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담배에 대한 유혹을 참으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행히 WIFI는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도를 닦는 심정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어쨌든 흡연자에게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금연을 행하는 것 자체는 고역이었다.



시간이 지나 탑승수속이 시작된다.


샤르자공항이 멋진 이유는 비행기에서 이/착륙을 할 때 보는 광경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난 이 곳에 착륙할 당시 시체처럼 자고 있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이륙과 동시에 비행기에서 보는 사막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어마어마한 높이의 빌딩이 옹기종기 들어서있다는 점이다.

두바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부터, 거대한 돛을 연상케 하는 버즈 알 아랍호텔까지.

그리고 그 빼곡한 빌딩 군락 뒤편으로 보이는 푸른 페르시아 만.


그렇게 난 감탄사를 연발하며 천천히 세계의 화약고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화약고가 그렇지만,

세번째 화약고는 유독 푸른 바다와 은빛으로 빛나는 사막, 첨단 기술로 지어진 초고층 건물이 한데 어우러져 그 멋을 뽐내고 있었다.




[이란, 테헤란 입국]


약간의 긴장을 안고 드디어 목적지인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공항에 도착한다.

이 공항 이름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다음 여행기에서 말하겠지만, 우리가 이란여행을 할 때는 이 '이맘 호메이니'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제공항부터 이맘 호메이니고, 광장 이름도 이맘 호메이니고, 전철 역 이름도 이맘 호메이니고, 여튼 이맘 호메이니가 엄청 많다.


하지만 설명을 위해선 많은 부수적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선 넘어가기로 한다.

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인물이고, 이란 본토에서는 거의 '영웅'처럼 추앙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우린 이 사람에 대해 적당히 존경심을 표하기만 하면 된다. 



이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는 이란 입국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답게 미국 달러화 뿐만이 아니라 유럽 유로화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 가격이 꽤나 비싸다.

15일 SINGLE비자 53달러 혹은 40유로.



신청서에 이름을 적고 여권과 함께 돈을 주면 아래와 같은 비자가 나온다.

시각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비자양식이다.

'이게 페르시아의 미적 감각인가!' 감탄하고 있자니, 돈 생각이 났다.



그렇다.

인도 콜카타 국제 공항에 떨어져 ATM을 찾지 못한 나는, 처음보는 인도인들에게 구걸을 했던 일을 떠올린 것이다.


2013/11/09 - [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 (여행기/인도-콜카타) 인도 여행의 시작 '기다림'


중동까지 왔는데 또 여행의 시작을 구걸과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가기 전에 두리번 거리며 환전소를 찾기 시작한다.

보통 공항에 위치한 환전소는 시내에 위치한 환전소에 비해 환율을 적게 쳐주는 것이 여행 상식이다.

하지만 내가 여행할 당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환전소는 외려 테헤란 시내의 환전소보다 환율을 높게 쳐주기도 하는 매우 '기이한' 곳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랍 에미리트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담배를 참아가며)



난 곧장 환전소를 발견하곤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며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지. 지즉위진간(知卽爲眞看)을 경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핫핫핫하하'


물론 내 여행이 항상 그렇듯.

오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