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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코카서스(caucase)

(여행기/조지아) 트빌리시 도보 여행 - Tbilisi New & Old (1)

by 빛의 예술가 2020. 7. 29.

눈을 뜨자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같은 방의 천장이 먼저 보였다.

졸음을 몰아내며 천천히 생각해본다.

어제 아르메니아 예레반을 출발했고, 오늘 새벽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했었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무작정 바깥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히피처럼 머리가 긴 일본인 호스트는 다른 사람들과 아침 식사 중이었는데, 얼떨결에 나도 식사에 초대되었다.

(내가 방문한 Georgia Hostel은 저녁 8시에 석식을 제공하는 특이한 숙소였다, 조식은 원래 제공되지 않는다)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생김새였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모두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한다.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니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이 곳에 숙박하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한 전원이 일본인이라는 것이었다. 그제야 침묵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아마 히피 같은 호스트가 그렇게 얘기했으리라.

 

'어제 새로운 손님이 왔는데 한국인이래~'

 

일본어로 즐겁게 이야기하다, 내가 앉자마자 영어로 언어를 바꾼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나보다 영어를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친절한 배려에 웃음이 절로 났다. (나도 중학생 수준의 영어밖에 못한다) 

 

Tbilisi New&Old walking tour by Loney planet


조지아 트빌리시(Tbilisi) New Town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아침 식사를 마치자 오늘 새벽 1시경, 이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휩싸였던 불안감은 이미 내게서 떠나갔고 오늘 보게 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일에는 항상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하는 법이다.

 

론니 플래닛에는 트빌리시의 New Town격인 루스타벨리(Rustaveli) 전철역에서 시작해 Old Town의 끝인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까지 도보 여행을 추천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조지아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나라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란 테헤란(Teheran)에서 만나 쉬라즈(Shiraz)를 함께 여행했던 한국인 여행자에게서 코카서스3국 론니 플래닛과 함께 조지아 교통카드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어보니 잘 작동했다. 마치 원래부터 이 곳에서 지내왔는데 다른 곳을 여행하다 돌아온 듯한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트빌리시의 신도심(New Town)은 어제까지 여행했던 아르메니아와 많이 닮아있었다.

동유럽과 구소련 특유의 건축양식도 매우 흡사했으며, 깔끔하게 정비된 인도,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벽보라던가 건물에 적힌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는 끔찍한 사실까지 말이다. (조지아(Georgia) 역시 조지아어, 조지아 문자를 사용한다)

 

루스타벨리(Rustaveli) 전철역을 출발하면 고향의 맛 맥도날드 건물이 보이고, 조지아 국립 과학원이 보인다. Shota Rustaveli Avenue.라는 이름의 대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가면 되는데, 약 3~4km 정도 되는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어갔다.

 

Georgian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조지아 국립 과학원

 

 

 

걷다 보면 노란색으로 칠해진 트빌리시의 오페라 극장도 만날 수 있는데,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봤던 오페라 극장보다는 규모가 작고 아담 한 편이지만 그 나름의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 조지아 트빌리시는 러시아의 대문호들이 사랑하던 장소이기도 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프 톨스토이, 막심 고리키, 알렉산드르 푸시킨 등 여러 작가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거나, 일했다고 한다.

 

 

Opera and Ballet Theatre of Tbilisi 트빌리시 오페라 극장

 

사실 그런 대문호들이 사랑하고 매혹에 빠졌던 역사적인 현장은 이 곳(New Town)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작품의 영감을 주고 기발한 착상, 자극을 줬던 곳은 구도심(Old Town)에 있다. 오늘 걷는 이 길의 끝에는 구도심(Old Town)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Parliament of Georgia 조지아 의회

 

그렇게 천천히 산책하듯,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반듯하게 진열된 Modern Soviet양식의 건축물들을 보다보면 어느덧 작은 공원에 이르게 된다. 트빌리시(Tbilisi)는 예레반(Yerevan)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약 4~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의 수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Garden of the First Republic of Georgia

이 공원을 지나면 어느덧 자유광장(Liberty Square)에 당도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구도심과 신도심의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광장 가운데는 성 조지 동상(Monument of St.George)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높이 솟아오른 동상이 푸른 하늘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아마 트빌리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몇 번이고 이 동상을 보게 될 정도로,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다.

 

 

Monument of St. George 성 조지 황금동상

 

Tbillisi City Assembly 트빌리시 시의회

 

그렇게 자유광장에 면해있는 트빌리시 의회를 지나면 바로 구도심(Old Town)이 펼쳐지는데, 오늘은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역시 론니 플래닛에서 추천한 레스토랑이었으며 상호명은 Pur Pur였다.

 

 

- 트빌리시(Tbilisi) Pur Pur 정보

주소 : 1 Abo Tbileli St, Tbilisi 0155 조지아 (1 აბო თბილელის ქუჩა, თბილისი 0155)

전화 : +995322477776

메뉴 : 하기 사진 참조

(2020년 7월 현재 구글맵에 검색해보면 '임시휴업'상태로 표시되어있다)

 

Pur Pur Restaurant Menu

가격이 그리 비싸진 않지만, 트빌리시 식당들의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유럽식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 곳에 방문하면 좋겠다.

난 이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크림을 가미한 토마토 수프란 걸 먹어봤으며 라비올리(Ravioli) 역시 그랬다. 저녁에 방문하게 되면 실내 곳곳에 붙어있는 앤틱한 조명이 빛발 하며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점심이었다.

 

창문에서 햇살이 밝게 비치긴하지만, 모든 조명을 꺼두어 휑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심지어 손님도 그리 많지 않아 더욱 그랬던 것 같다.

 

Pur Pur

 

Tomato soup with cream 

 

하지만 이 토마토 수프와 트러플 오일이 뿌려진 버섯&치즈 라비올리를 한입 베어 물자 이내 행복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분명 러시아의 대문호들도 이 구도심(Old Town)에서 이런 요리를 맛봤으리라. 

 

Cheese ravioli with mushrooms and truffle oil

 

이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위 환경이다.

트빌리시의 구도심 초입에 뭔가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즐비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며칠 전에 전쟁이라도 난 양 한쪽 벽면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간 벽돌에, 지붕은 파괴되고, 모든 창의 유리는 깨어져있는 공간이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듯한 건물이 즐비한 트빌리시의 신도심 끝자락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나가게 되면 펼쳐지는 구도심은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기묘한 설렘을 선사한다.

 

 

그렇게 트빌리시 구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에 거대한 석상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Mother of Georgia이다. 언덕은 그리 가파르지도 않으며 석상에 당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꼭 가보는 게 좋다.

올라가게 되면 트빌리시의 구도심과 신도심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러시아 대문호들이 사랑한 공간, 낭만적이고 유쾌한 이 곳 사람들, 모든 것이 반듯하게만 보였던 신도심을 지나 과거로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 눈 앞에 나타나는 트빌리시 구도심의 첫 인상은 내게 조용히 스며드는 스펀지처럼 각인되었다.

 

 

트빌리시 도보 여행 - Tbilisi New & Old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