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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코카서스(caucase)

(여행기/조지아) 트빌리시 도보 여행 - Tbilisi New & Old (2)

by 빛의 예술가 2020. 7. 30.

트빌리시의 신도심에서 구도심인 올드타운(Old Town)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편에 이어 Tbilisi New & Old 마지막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나는 트빌리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거대한 조형물인 Kartlis Deda (Mother of georgia)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조형물은 트빌리시 국립 조지아 생태 공원(National Botanical Garden of Tbilisi city)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파리의 에펠탑처럼 트빌리시의 상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방문하는 게 좋다.

 

Tbilisi Old Town

 

 

구도심 곳곳에는 이렇게 낙서가 적혀있었는데, 신도심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 중 하나이다. 그만큼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벽면에 갈겨쓴 낙서에서 이 곳에 묻어나는 '여유'를 발견했다.

세계 어디든 하트는 낙서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글씨는 읽지 못하지만 사람 이름이겠지, 웃으며 계속해서 걸어간다.

 

저렇게 휘갈긴 낙서 말고도 목적(?)을 가진 양산형 낙서들도 곳곳에 보였는데, 다음 사진이 그들 중 하나이다.

 

인간 혐오 단체, 혹은 돼지 보호 단체 그도 아니면 채식주의 단체에서 그린 건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었던 양산형(?) 낙서.

그렇게 미소가 지어지는 낙서 사이를 지나, 계속해서 걷다 보면 어느덧 철제 계단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각국을 여행하며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어떤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시 주변에 있는 산에 오르는 일이다. 산이 없을 경우 랜드마크 빌딩(보통 가장 높다)에 가기도 하는데, 만약 당신이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경비행기를 대절해 도시 조망을 하는 법도 있겠다.

 

최근에는 드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드론을 띄워 도시 조망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무리 좋은 렌즈를 달고 있는 비싼 카메라일지라도 사람 눈에 비할 바가 못된다. 언젠가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눈을 뛰어넘는 렌즈와 카메라가 시판될지 모르지만,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산에 올라 도시를 조망할 생각이다.

 

어떤 피사체를 직접 보는 것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것은 직접 태양을 보는 것과 달에 비친 태양 빛을 보는 것만큼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올라가면 거대한 석상이 점점 더 거대해진다. 멀리서 봤을 때는 '돌로 만들어진 석상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가까워지자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Kartlis Deda (Mother of georgia)

언덕에 올라 마주한 Kartlis Deda(Mother of georgia)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조각상이었다. 조지아의 전통의상을 입고 약 20m의 높이에 트빌리시 도심 남쪽 끝에 우뚝 서있는데, 1958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초에 만들어졌을 때는 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후 1963년 조각상의 훼손으로 인해 알루미늄으로 덧씌워진 것이라 했다.

 

'조지아의 어머니' 양 손에는 와인잔과 칼이 들려있는데, 각각 환대와 사랑/자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조용히 트빌리시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동안 조지아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유를 말하고 있던 그녀 옆에 선 채, 나도 도심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한다.

 

Kartlis Deda (Mother of georgia)

 


Kartlis Deda

 

이 거대한 조형물 옆에는 트빌리시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Kartlis Deda View point라고 한다. 이 곳에 서면 트빌리시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Tbilisi, Georgia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쿠라강(Kura river)이 먼저 보이고, 코카서스 지방답게 아르메니아에서 숱하게 봐왔던 교회가 눈에 띈다.

번쩍이는 황금돔이 유명한 성 삼위일체 성당(트리니티 대성당)이고, 꽃병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콘서트홀, 대통령궁, 강을 가로지르는 생선 비늘처럼 생긴 평화의 다리가 펼쳐진다.

 

성 삼위일체 성당(트리니티 대성당)은 전 세계 정교회 건물 중 세 번째로 큰 건물인데, 예수 탄생 2,000주년과 조지아 정교회 독립 1,500년을 기념해 건립되었다고 한다.

 

 

Tbilisi, Georgia 트빌리시

 

 

 

방향을 동쪽으로 돌리면 Narikala Fortress위에 세워진 교회가 보이는데, 이 곳이 오늘 Tbilisi New & Old 워킹 투어의 종착지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트빌리시의 Old town에서 만난 냥이들이 귀여워 한참을 쳐다보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이다. 

 

 

잠자는 냥이들

 

트빌리시의 지하철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지하에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도 한국에 비해 1.5~2배 속도로 움직이고 그 마저도 한참을 내려가야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다. (과연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 속도에 맞춰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유를 찾아보니 조지아의 지하철은 전쟁 때 방공호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숙소 근처에 있는 역까지 이동한다.

저녁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오늘 도보 여행했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의 신도심과 구도심. 그 둘은 마치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았고, 길을 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에 빠져드는 도시.

분명 하나의 도시지만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