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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코카서스(caucase)

(여행기/조지아) 카즈베기 &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by 빛의 예술가 2020. 8. 3.

 

조지아 여행의 필수코스와도 같은 카즈베기 산(Mt.Kazbek) &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에 가기로 했다.

외국인이 서울을 여행한다면 경복궁,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고 남산에 올라 전망대를 보는 과정이 트빌리시 New & Old에 쓴 여행기라면, 이 것은 설악산에 올라 백담사를 구경하는 이야기다.

 

쓰고 보니 비유가 엉망진창이긴 하다. 사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는 잘 가지 않는 경향이 짙다. 이유는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 카즈베기 산이 있는 스테판츠민다(Stepantsminda)라는 작은 도시를 여행하기로 결정하기로 이유는 단 하나다. 

코카서스 3국 론니 플래닛에 찍혀 있는 사진이 영롱했기 때문이다. 이 곳까지 여행 왔는데, 저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가지 않는 것은 인생의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Georgia Hostel

며칠 째 묶고 있는 Georgia Hostel을 떠나 북부 버스 터미널로 간다. 오늘의 목적지는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있다.

 

 

-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 카즈베기 산(Mt.Kazbek) /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가는 법

 

  1. 트빌리시 시내에서 디두베 버스 터미널(Didube Bus Terminal)로 전철 or 버스 이동

  2. 디두베 버스 터미널 Okriba버스 정류장 출구 방면으로 크게 왼쪽으로 돌아 우측으로 향하면 마슈르카 정류장으로 이동

  3. 마슈르카를 타고 Stepantsminda(Kazbek)로 이동 (약 3시간 소요, 10라리(약 4 USD))

 

Didube Metro station

내가 묶고 있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디두베 전철역(Didube Metro Station)까지는 네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았다.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그중에서 10분은 방공호처럼 길고 깊은 조지아의 지하철 정거장을 오르내리는데 썼다. 탈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에스컬레이터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니 주의하여 타는 게 좋다.

 

디두베역에 도착하면 마슈르카 정류장을 찾아가면 된다. 물론 우리는 조지아 말을 구사할 수 없기 때문에 "마슈르카"라고 물어보거나 "버스, 미니버스"라고 물어보면 친절한 조지아 사람들이 안내해줄 것이다. (나도 위 사진에 찍힌 씩씩한 남자 두 명이 마슈르카 정류장으로 안내해줬다)

 

마슈르카

약 3시간이 걸려 스테판츠민다(Stepantsminda)에 도착한다. 이 곳은 아르메니아에서 여행했던 고리스(Goris)만큼이나 작은 마을이었는데, 조지아와 러시아의 접경 마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관광지로 유명한 카즈베기 산, 그리고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가 있어 숙박 시설이 아주 많이 보였다.

 

마슈르카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할 필요는 없다. 표지판에 영어로 적힌 "Gergetitrinity"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까지 6.4라고 적혀있는데, 설마 저 숫자가 km인 건가? 하고 충격을 받으려던 찰나, 오늘의 목적지가 눈 앞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무려 해발 2,170m 위치에 있는 교회다.

물론 우리가 교회에 가기 위해 오늘 2,000미터 산을 오르는 건 아니다. 이 곳 스테판츠민다(Stepantsminda)가 해발 고도 1,740m이기 때문에, 대략 400m만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청계산이나 관악산 등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고 즐겁게(?) 오를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까지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이 곳까지 3시간가량 차를 타고 왔는데 또 차를 타고 싶진 않았다. 천천히 걸어가면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으니 녹음을 만끽하며 걸어가는 걸 추천한다.

 

 

도중에는 이렇게 지름길도 만들어뒀는데, 비교적 경사가 평평한 길은 차도와 인도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름길은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훨씬 빠르게 교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이 곳에 방문했던 날에는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어딜 가든 이목이 집중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란에서 그랬던 것처럼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줘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예상외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생김새는 동유럽 마피아로 활약하고 있을 법한 아저씨들이었는데, 내가 다가가 말을 걸자 특유의 배시시 한 미소만 지으며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귀여운 사람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

 

그렇게 수줍음 많은 동유럽 마피아들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오르다 보면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가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마을이 아주 조그맣게 보이고, 뒤쪽 우뚝 솟아있는 높은 산이 조지아와 러시아에 걸쳐진 '샤니 산'이다.

해발고도 5,000m가 넘는 높은 산이기 때문에 정상에는 만년설도 찾아볼 수 있다.

 

샤니산

조금만 더 힘을 내 올라가면 어느덧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에 당도하게 된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는 14세기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카즈베기 산 아래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위치해 있다.

물론 서울의 스타벅스만큼이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코카서스 지방의 교회인 건 맞다. 그리고 이 교회 내부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도 담고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가 조지아의 상징처럼 알려지게 된 것은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

 

교회에 도착하게 되면 꽤나 많은 트래커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Day trip으로 오는 게 아니라 배낭을 짊어진 채 캠핑을 하며 지나가는 트래킹 코스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가을 즈음이었는데,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겨울이라고 한다.

겨울철 눈이 내릴 경우 절벽에 우뚝 서 있는 교회 뒤쪽으로 보일 설산을 머금은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입이 벌어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론니 플래닛에서 봤던 영롱한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찍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으나, ㅅㅂ 아니, 실패했다.

분명 이 각도가 맞는 것 같은데, 괜히 애꿎은 내 사진기를 탓해본다. 그리고 원래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게 한참을 잔디밭에 앉아 내 마음을 빼앗았던 풍경을 감상한다.

여행을 와서 조금 달라진 사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과거에는 항상 미래에 있을 일을 계획하고 분석하며 살아왔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 못했구나'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봤던 이 곳의 사진을 보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만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와 봐야 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그것이 내가 이 여행에서 배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있는 그대로 현재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

 

 

그리고 현재의 나는 배가 고파졌다.

천천히 올라가는 데는 대략 1시간이 걸렸지만, 지름길로 재빨리 내려오면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배가 고팠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내려왔었다.

 

Shorena's Hotel & Bar Restaurant

이 곳 스테판츠민다(Stepantsminda)는 숙소는 많은 편이지만, 식당은 그렇지 못했는데 조금 찾아보다 적당한 곳을 발견하지 못해 호텔 겸 바 겸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간다. 

 

내부는 원목으로 짜 맞춘 수납장이며 테이블, 의자가 인상적인 곳이었는데, 깔끔하게 진열된 와인병이나 소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조지아(Georgia)는 와인이 유명하기도 한데, 점심부터 와인을 한 병 마셨다간 예정도 없이 이 곳에서 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포도 음료도 대체한다. 그리고 닭가슴살 구이에 감자튀김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물론 등산을 하고 왔으니 무엇을 먹든지 간에 맛있었겠지만, 아까 봤던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와 샤니산이 힘께 그린 풍경 아래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식욕을 돋웠다.

 

 

여행을 다녀온 내게 누군가가 그렇게 물었었다.

"조지아는 뭐가 유명해요?"

 

나는 그렇게 밖에 답할 수 없었다.

"음.. 조지아는 교회가 유명해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rinity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