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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120517) 여름방학

by 빛의 예술가 2012. 9. 26.

이유없이 우울한 날이다.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랬다.

마음을 다잡으려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폭신폭신한 의자에 앉으면 그대로 의자에 파 묻혀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척추를 곧추세우고 턱을 몸쪽으로 당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딱딱한 의자에 점점 침식되어 갔다.



Everyone is having fun without me

몇 주 전부터 다시 ECM을 듣기 시작했다.

데이브 홀랜드나 팻 매스니, 키스 자렛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난 극도로 짜증이 나면 조용한 음악을 찾아 들었었지'



실수를 저질렀다.

적고 나니 실수가 아니었다.

다시 그 시간을 돌리더라도 난 똑같이 실수 했을 것이다.

내 의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실수이자 실수가 아니다.

아주 조금 쓸쓸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상쇄될 만큼 즐거웠다.



휴가 날짜가 잡혔다.

뭘 해야할지 계획을 세워야겠다.

오랫만에 찾아갈 한국은 어떠한 모습일까?

여전히 지랄같은 모습이겠지만 그리워진다.



곡을 하나 완성했다.

내가 생각해도 매우 높은 완성도를 지닌 곡이다.

아름다운 내 목소리가 녹음되진 않았지만 100점 만점에 30점은 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 곡을 유투브에 업로드 했을 때 ECM레이블에서 날 캐스팅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CM에서 날 캐스팅하면 소감으로 이렇게 말해야겠다.

"I think you'll fucked, holland"

난 데이브 홀랜드를 사랑한다.



월급이 올랐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어서 10초정도 '좋다' 라고 생각했지만, 

할 일이 많아 이내 잊어버렸다.

며칠 지난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니 세계일주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더불어,

늘어난 연봉만큼이나, 세계일주의 꿈을 가로막는 희미했던 내 모습이 

점점 그 빛을 되찾아갔다.



키스자렛의 퀸텟을 듣던 중 갑자기 그런 감정이 생겼다.

"헐.."

진짜 헐.

데이브 홀랜드 퀸텟도 헐..




카톡을 보지 않는다.

빨간색 동그라미 안 숫자를 999까지 만든 적도 있다.

하지만 스쳐지나가는 메시지는 간혹 보는 편인데, 익숙치 않은 이름이었다.

"보고싶다"

어디서 술을 퍼마시고 부리는 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은 나도 그녀가 보고싶었다.




사진을 본다.

나는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좀처럼 보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봤다.

이유는 없다.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보고싶기 때문이다.

한국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에 있었다.


당신들이 보였다.

가끔씩은 내 사진도 보였다.

한국, 섬나라도 보였으며,

밤이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을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읽기 쉬웠다.

예전에 공부했던 상법은 기억하기 어렵고, 재미가 없었는데,

헌법은 그렇지 않았다.

단지 궁금증이 들 뿐이었다.

'헌법에 정말로 이렇게 쓰여있는걸까?'



여름 방학이다.

바다에 가고싶어졌다.

이번 휴가기간에는 바다를 가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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