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89 (20100602)꼴 좋군 "꼴 좋군" 그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쓰라렸다. 누군가가 내게 욕을 할 때도, 지랄 섞인 염병을 하더라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쓰라렸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말을 듣고 난 후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훌쩍 거리며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휴지걸이로 오른손을 뻗었지만 틱틱 소리만 날 뿐이다. 제기랄 휴지가 없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니 바깥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떠들거면 화장실 밖에서 떠들 것이지..' 소심한 반항심이 솟아오른다. 다시 한번 휴지걸이를 바라봤지만 휴지는 없다. 물론 몇 걸음 밖으로 나가면 세수를 해서 눈물 자국을 닦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찰나의 순간 마저도 울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싫었다. 이름 .. 2013. 4. 16. (20100525)허공에 내지르는 공허한 외침 연극 레인맨을 관람한 이후 사흘째 쏟아지는 비를 보며 영역에 관한 생각을 했다. 사자는 나무 밑둥을 손톱으로 긁어내 영역을 표시하고 개는 배설물의 연장선상에서 영역을 그려낸다. 물론 인간도 영역표시를 한다. 사자나 개처럼 자신이 행위의 주체가 되어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은 자본을 이용한 자아의 객체화 혹은 수단화를 위한 총체적 행위로써 배타적 이면에 존재하게된다. 이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어디 있을까? 당신이 심도있게 의려해봤자 속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그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당신이 영역을 소유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자본은 로동을 통해서 얻어야만 한다. 이 논리에 검열의 잣대를 가하거나, 비판의 눈초리를 견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로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 2013. 4. 16. (20100516)26살의 표류기 "유일한 방법은 구심점을 찾는 것이다." 방향을 잃고, 목적을 잃고, 의지마저 잃어버린 채 엎드려 울고 있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세상 속 표류하는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님을. 더불어 그 방황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평생동안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혹은 짐작대로만 흘러가는 광경을 지켜보며 버텨야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고통스러운 무언가가 끝나길 기다리고, 실제로 곧 끝날 것이란 몽상 속에 빠져있지만 착각일 뿐이다. 사실 그 것은 평생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구심점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폭풍이 될 것이다. 또한 그 정면의 아름다움이 아스라히 사라지는 대양의 파도처럼 묻어나 그를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배면.. 2013. 4. 16. (20100512)빛의 예술에 관하여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어머니께서 예쁜 나와 악마와 같던 누나를 찍어주시기 위해 당시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사진기를 구입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돌사진에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통통한 천사가 찍혀있다. 그 천사의 손에는 성냥갑이 쥐어져있는데, 통통한 두 볼이 상기되어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아기천사는 울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세상이 끝장났어야 할 2000년. 난 토이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다. 한국에 디지털 카메라가 유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던 과거다. 렌즈를 교환할 수 없고, 라이브 뷰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볼 수 없었고 그 사진 마저도 서른장밖에 찍을 수 없다는 소소한 단점이 있었지만 사진기는 필름이 필요한 기.. 2013. 4. 16. (20100429)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줄곧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궁금증과도 같은 이 문장이 언젠가 내 몸을 산화시킬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과 같이 멋드러진 수식으로 당신을 만나고 사랑을 시작할 확률을 계산하진 못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시간을 짓뭉개는 일련의 행위로 사랑의 문장을 체구할 수는 있다. 그리고 당신과 내가 어느 화창한 날 손을 잡고 길을 걸을 때 벤자민 브리튼이 지휘하고 잉글리쉬 챔버가 연주하는 Brandenburg Concerto No.3 in G major가 흘러나오지는 않겠지만 공원 관리소의 관리인이 틀어놓은 FM에서 해이의 ...가 흘러나올 확률은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젠 군복을 입고 산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군화가 참 무겁구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바라보는 풍광은 엉망이었다. 비.. 2013. 4. 16. (20100419)4.19 4월 19일이다. 작년 4월 19일에는 사회학 교수의 분노어린 치기를 받는둥 마는둥 넘어가고 제작년 4월 19일에는 조중동에서 쏟아내던 4.19기념 행사 소식을 멍청히 봤었다.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전역한 지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다시 입대하고 싶다며 친구들에게 징징거렸고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트럭에 트레일러를 달고 후진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으며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양구라는 낯선 도시에서 낯선 옷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소총을 안고 불경과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2004년 4월 19일에는 아무런 행동도 아니하는 대학에 실망한 채 소주를 마셨다. 60년대 대학생이 지성인이었다면 70년대 대학생은 자신이 바보임을 자각한 존재들이었으며 80년대 대학생은 사고하고 행동하는 젊은이였.. 2013. 4. 16.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