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분과 만난 시기는 중학교 2학년때다.
그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겠다.
하지만 직업은 꽁트를 부전공으로 하는 시인이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여자분이었다는 것 밖에는..
그 당시는 공립 중학교에 다니던 때라 특별활동시간에는 무조건 교과목 이외의 수업을 받아야했다.
솔직히 말해 제일 만만하게 보이던 것이 '문예창작반'이었다.
그래서 들어갔다.
그리고 버르장머리 없게도 선생님께서 아무생각 없이 들어온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때 손을 번쩍 들어버렸다.
웃으시며 수업을 차차 받게되면 문예창작이 좋아질거라고 말씀하시던 그 분.
일주일에 한 시간씩 문예창작의 기초를 배우고 글을 썼다.
그 분의 소개로 모 잡지에 내 단편소설이 실린적도 있었고 원고료라는 것도 난생 처음으로 받았다.
많은 액수가 아니었다. 도서상품권 몇 장으로 기억한다.
중학교 2학년 짜리가 소설을 써봐야 얼마나 잘 쓰겠는가.
그런 분에게는 코웃음치게 만드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용기를 주신 것이다.
(사실 지금 읽어봐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게 끊임없는 칭찬을 해주시고, 잘못된 점은 날카롭게 지적해주셨다.
그 선생님은 여느 선생들과 달랐다.
어떤 과목도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없었던 나로서는 더욱 그렇게 느꼈다.
시간이 흘러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그 분이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수학을 공부해야한다는 핑계로 그 분을 찾아뵙지도 못했다.
아직까지 말이다.
잘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내가 그 선생님께 가장 잘못한 일 중의 하나는.
가르쳐주신 문예창작의 기초마저 무시해버리고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이젠 찾아가고 싶지만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는 두 분중의 한 분이다.
그리고 춘삼씨와 말자씨 소설을 쓴다면..
가르쳐주신 문예창작의 기초에 충실한 소설을 쓰고 싶다.
그것이 고인이 되신 그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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