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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226

(20120331)애플 삼총사 저번주였던가? 새로 나온 아이패드를 샀었다. 사실 이 기계를 사기 위해 홍콩에 간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홍콩에 가게 되면 아이패드를 집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물량 정보를 확인하기는 했었지만,정말로 그 것을 사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네이버는 홍콩에서 더 이상 아이패드를 찾아볼 수 없다고 대답했었다. Sold out 고도 지성의 상징인 집단지성이 그렇게 대답했었다. "홍콩에선 어디를 가도 뉴아이패드 매진이예요" "맞아요, 제가 10군데 다녀봤는데 지금은 없더라구요" "1차 물량 다 빠지고, 입고되려면 몇 주 기다려야 된대요" 지랄 난 햄버거 먹다가 옆에 있길래 샀다.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교도소 면회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Sold out이란 단어 .. 2013. 4. 16.
(20120314)100,000,000 직원들 월급일은 15일이다. 매월 월급날이 되면 총무팀에서 내게 직원들의 급여 명세서를 보내주는데, 그다지 보고싶지 않아 서랍에 잠시 넣어둔다. 그리곤 이름만 대충 찾아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개별 국가마다 경쟁력이 상이하고, 국부도 그에 따라 분배된다는 객관적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허나 이 것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문제 제기는 가능했다. 난 지구별 일주를 꿈꿀 수 있지만, 내 직원들은 모국 일주도 꿈꾸기 힘들다.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두 번째로 행했던 작년 연말 정산에서는 환급까지 받았다. 아마 국세청장 이하 직원들이 이렇게 말하며 세금을 돌려줬을 게다. "대한민국 성인이 평균 4.2장을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가 한 장도 없으면서, 체크카드만 들입다 써대는 네 놈의.. 2013. 4. 16.
(20120302)쥐 출근을 했다. 어제는 3시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몸이 나른했다. 요즘 마시기 시작한 술은 이치코. 유성옹이 꽤나 좋아할 법한 술이었다. 맥북 특유의 부팅 소리와 함께 업무가 시작된다. 내가 쓰는 맥북은 그레이스 켈리와도 같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든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아이폰을 거치대에 놓고, 맥북에 윈도우를 가동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며 다음주에 아이패드가 나오면 홍콩에 가서 하나 집어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꺼내는 찰나 쥐를 만났다. 내 의자 옆에 대 자로 뻗어있는 쥐가 보였다. 이건 무슨 새마을 운동을 하던 시대도 아니고 사무실에 쥐가 있다니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내 기척을 느끼고도 도망가지 않는 녀석의 작태였다. 쿵 소리가 나게 발을 굴렀다. 직원들이 이상한.. 2013. 4. 16.
(20120208)회복하는 상처 신발장을 열어보니 운동화가 한 켤레 뿐이었다.여기서도 운동화를 잘 신지는 않지만, 기분이 나빠졌다. '왜 나는 운동화가 한 켤레밖에 없는걸까?' 오만가지 이유가 떠올랐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나는 이 곳에 올 때 운동화를 한 켤레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 운동화를 사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부터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푹신푹신한 손가락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나 홍콩에 갈거야' 운동화를 보러 침사추이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뭐라도 하나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침사추이역에서 내린다. 캘빈 클라인 진에서 마음에 드는 재킷을 발견했지만 입어보니 소매가 조금 길었다.그 곳에서는 전 상품을 20%할인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재킷은 7,76.. 2013. 4. 16.
(20120205)히말라야 등반기 폭죽이 멈췄다.내가 히말라야로 출발하던 그 순간부터, 다시 나의 침대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그것도 쉴새없이.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이 평생동안 바라봤던 폭죽을 모두 합쳐도 나의 열흘에 미치지 못할게다. 암유로서 폭죽은 마치 나의 히말라야 입성을 찬미하는 취주악인양 울러퍼졌고,직유로서 폭죽은 내가 딛고 있는 이 세계를 별천계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히말라야는 아름다웠다.멍하니 바라만 봐도 좋았다.이백이 살아 생전 히말라야를 본 적이 있었던가? 있었다면, 분명 별류천지비인간에 필적하는 문장을 남겼을텐데 말이다.온몸이 저릴 정도로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아주 오래 전에 나란 인간도 사랑을 했을 것이다.그 것이 언제인지,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히말라야는 사랑에 .. 2013. 4. 16.
(20111213)강이 시작되는 도시에서 보낸 일주일 아침. 자명종 소리가 울리기 5분 전 갤럭시에서 바흐가 연주되고, 2분 후 아이폰에서 베토벤이 울린다. 그로부터 3분 후 자명종이 또도독 소리를 내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거실로 가면 태양의 뜨거움을 반사하는 화사한 강이 정면에 보인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가면 운전 기사가 대기하고 있다. 출근. 결재판을 들고 직원들이 나를 기다린다. 확인란에 대충 펜을 긁고 돌려준다. 인사하며 말한다. 谢谢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과장이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아직 이 곳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보다 10살은 족히 많아보이는 현지인보다 10배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 곳에도 아름다운 자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참 따듯하게도. ..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