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226 (20101225)나는 그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진다 천공과 대지는 서로 맞닿아 있으며 무량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만날 수 없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날 귓가에는 뇌성이 진동했으며 안변에는 가작이 스치는 듯 황홀하였소 그녀는 비위(祕緯) 안의 주공(主公)처럼 속삭이고 움직였소 설혹 가변(可變)의 존재에 전 재산을 탕진하여 가변(家變)이 일지라도 안타까워 아니할 자신이 있는 요량으로 그 존재를 브티안았소. 부처의 언행을 기록한 수많은 서적이 말하고 있었소. 거자는 반드시 반하고 회자는 무릇 리할 것을 공허와 무상을 이다지도 낭만적으로 설법하는 남자가 부처임을 당시는 인지치 못했소 그대를 향한 나의 의려(意慮)에 어찌 설킨 실타래를 비교하겠으나, 그 역시 본질을 호도하는 일련의 전일체(全一體)가 될까 의려(疑慮)하였소. 진의 이름을 가진 여자가 청산리 벽계수를.. 2013. 4. 16. (20101128)당신은 첫 눈을 보면 흘러간 로맨스를 기억하게 된다 남자는 로맨틱한 사건으로 사랑을 기억한다. 조금씩 변형되어 세상에 회자된 이 말은 뭇 흡연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물론 말보로와는 하등 관계 없는 문장이며 로맨틱한 마케터의 낭만적 상술이었다는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알게 되었다. 난 말보로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물론 처음에 물었던 담배가 말보로 미디엄이긴 하나, 나의 기억 속 완벽했던 담배는 필립모리스 라이트였다. 새파랗게 피어오르는 연기하며, 폐암 유발 확률 1위의 담배라는 위대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던 담배. 하지만 이미 단종되어 어느 곳에서도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뜨거운 남국의 섬에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필립 모리스를 찾아 헤맨 것이다. 정말 기적적으로 필립 모리스를 찾을 순 있었지만 라이트가 아닌 멘솔이었다. 대성통곡을 하.. 2013. 4. 16. (20101020)당신보다 멋진 남자 그녀는 뒤 돌아서며 말했다. "너 같은 인간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멋진 남자야" 아주 잠깐 그 남자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떤 남자일까?' 혹은 '어떤 남자였을까?' 그 날 수영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맥주를 마셨다. 몇 번이나 토악질을 해대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대다수는 눈이 시뻘개진 나를 피했지만, 밤 거리는 항상 내 편만은 아니었다. 죽도록 얻어맞고 공공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다. 세면대를 가득 채우는 피 비린내가 역겨워 또 다시 토악질을 한다. 인상을 찌푸리는 청소 아주머니를 피해 밖으로 나간다.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오른쪽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어 눈을 내리깔아본다. 오른쪽 신발이 없다.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왼쪽 신발은 그대로이다. 오른쪽 신발만이 사라졌다. 걸을 수가 없었다. .. 2013. 4. 16. (20101018)입사지원서를 쓰며 느낀 단상들 이 글을 읽는 그대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입사 지원서를 써본 사람과 써보지 않은 사람. 헹켈에서 만든 식칼로 순두부를 썰어버리는 것처럼 정교하다. 맥킨지에서 주장하는 MECE의 개념과도 맞아 떨어진다. 입사 지원서를 써본 인간 / 그렇지 못한 인간 나는 전자에 속한다. 현재도 입사 지원서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둘보이는 열심히 좀 쓰라고 말한다. 내가 친구인 둘보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던 중 몇 가지 느낀 사실이 있어 그대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는 친구들의 입사 소식. 난 내가 취업도 하지 못하고 비실비실거릴 때 친구들이 입사를 하면 나의 비장과 위장, 대장이 터져 배가 아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비실거리지도 않고, 배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남자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2013. 4. 16. (20101012)지구가 멸망할 그 시간과 빌리 조엘에 관하여 "질리지 않는 노래는 없다." 난 이 위대한 법칙과도 같은 명제를 중학교 2학년 때 깨달았다. 정품 음반을 충분히 살 돈이 없었던 나는 라디오를 섭렵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그때까지 한국 음악의 계보에 대해 알게 되었다. 팝이나 록앤롤의 역사를 알게된 것은 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든 음악이라 하더라도 질리기 마련이었는데, 난 항상 그게 아쉬웠다.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한 사람들에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음악이 있었고, 지구가 끝장날 때까지는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거라 자위했다. 그리고 이제 곧 지구가 망할 시간이 다가온다. 돌이켜보자면 꽤나 즐거운 삶이엇다. 라고 되뇌인다. 결혼은 못해봤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며 번.. 2013. 4. 16. (20100911)플레인 토를 신은 남자 번쩍거리는 구두코 부분에는 먼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런 무늬가 없는 플레인 토를 신은 남자였다. 내가 남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외모나 옷차림 따위가 아니다. 고개를 숙이고 바짓단을 천천히 따라 시선을 떨구면 나타나는 것. 바로 구두이다. 다행스럽게 이 남자는 플레인 토에 청바지를 매치시키지 않는 현실감각을 지녔기에 안심한다. (반대로 청바지에 플레인 토를 신은 남자와는 말을 섞을 필요조차 없다. 그런 남자는 연쇄살인범 보다 못한 놈이니까) 구두는 그 사람을 나타낸다. 어디서 살고 있는지, 여자와 함께인 남자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직업이 무엇인지, 어느정도의 직급인지, 성격이 지랄맞진 않은지 등 한 남자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그의 구두이다. 내 앞에 있는 이.. 2013. 4. 16. 이전 1 ··· 3 4 5 6 7 8 9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