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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226

(20100419)4.19 4월 19일이다. 작년 4월 19일에는 사회학 교수의 분노어린 치기를 받는둥 마는둥 넘어가고 제작년 4월 19일에는 조중동에서 쏟아내던 4.19기념 행사 소식을 멍청히 봤었다.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전역한 지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다시 입대하고 싶다며 친구들에게 징징거렸고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트럭에 트레일러를 달고 후진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으며 그 전년도 4월 19일에는 양구라는 낯선 도시에서 낯선 옷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소총을 안고 불경과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2004년 4월 19일에는 아무런 행동도 아니하는 대학에 실망한 채 소주를 마셨다. 60년대 대학생이 지성인이었다면 70년대 대학생은 자신이 바보임을 자각한 존재들이었으며 80년대 대학생은 사고하고 행동하는 젊은이였.. 2013. 4. 16.
(20100415)crystalize 시속 900m의 속도로 내게 다가와 파릇한 풍광과 상쾌한 향을 발하던 봄이 올해는 늦다. 체감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며, 두꺼운 윈드브레이커를 비웃듯이 시베리아 북풍이 몰아친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시지' 애초부터 바람은 내 몸 구석구석을 기억하고 있다. 날카로운 예조를 지나 뼈마디, 잔근육에서 머리카락의 시간까지 가늠한다. 그리고 내게 속삭인다. '아직 눈물은 나지 않겠지' 어쩌면 바람은 내 몸 뿐만이 아닌 오장육부까지 샅샅이 훑고 지나가버린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 봄을 기다리던 내게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사람이 다가왔다. 하얀 날개를 달고 나풀거리는 움직임으로 무리지어 다가와 나를 세차게 밟고 걷어차던 존재의 발길질에서 난 일말의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순수한 냉혹 난 피를 토하고, 살려달라.. 2013. 4. 16.
(20100405)라 디스뗑끄시옹 달이 시퍼렇다. 난 침묵의 공간속에서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들으며 달을 응시한다. 시퍼런 달은 네모로 보인다. 클러스터 몇 개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거추장스러운 인공위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과연 저 물체가 공전과 자전을 병행하는지 의심스러웠으나 인생을 살아오며 시각을 맹신하는 행위 자체는 배타적 당위성을 지니며 필연적 모호에 빠지게하는 것임을 깨달았기에 눈을 감고 인공위성을 지워버린다. 그러자 달 토끼가 나타난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방망이는 이미 존재하지 아니한다. 달 토끼는 귀여운 얼굴로 달을 뛰놀고 있다. 절대로 거대하지 않으며, 상상속의 노동을 행하지 아니한다. 김정일같은 토끼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으나, 달 토끼들은 민주사회를 기반으로 행복하게 살고있었다. 하루키가 .. 2013. 4. 16.
(20100321)시간과 망각 '조금 더 일찍 당신을 만날 수 있었다면'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당신을 만나서 좋았다. 웃고 떠들고 술을 마실 수 있어서 행복하였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여자." 그 것이 내가 바라보는 당신이다. 2013. 4. 16.
(20100315)코알라와 유칼리 많은 사람들의 상상속에 코알라는 마냥 귀엽기만 한 동물이다. 느릿느릿 이동하고, 나무를 꼭 안은채로 유칼리 잎을 맛있게 먹는 모습만을 기억한다. 그 밖에는 반짝이는 코가 조금 크다거나, 동그란 두 눈, 조금 뾰족한 발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 코알라에 조금 더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코알라가 하루 평균 18시간을 잔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쿨쿨 정말 쿨쿨 잘도 잔다. 나무 밑을 내려와 이동할 때는 다른 나무의 유칼리 잎을 찾으러 갈 때이고,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코알라를 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먼 타국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낯선 사람들에게 안기는 행위 자체만으로 코알라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하루에 수백명의 사람.. 2013. 4. 16.
(20100227)현금 수송차 강탈작전 이는 유니세프에 아프리카 지역 아동 84명을 후원하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다. 그는 오늘도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매달 벌어들이는 순월급은 280만원이지만 유니세프를 통해 84명을 지원하는데 매달 168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활비가 빠듯하다. 그의 아내는 호시탐탐 지원을 끊을 궁리를 하고 있었으며, 평범한 입시학원조차 다니지 못하는 그녀의 딸은 시대에 맞지 않게 본드를 즐겨하는 건전하지 못한 학생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 김아무개씨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내전이 발생하여 수만명의 어린 생명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인식하고, 12명의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니세프로 간다. 시간이 지나 김아무개씨의 가족은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고, 김아무개씨는 계속해서 아프리카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현금 수..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