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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7) 지속 가능한 노름질 모처럼 연휴다. 이틀간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국보다 이 곳이 좋은 점 중 하나는, 한국에선 쉽게 갈 수 없는 곳에도 슬리퍼를 끌며 쉬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홍콩이나 마카오. 홍콩이나 마카오. 홍콩이나 마카오.. 홍콩이나 마카오... 마카오로 결정했다. 결정은 빠를 수록 좋고, 생각은 없을 수록 좋다. 내 머리의 깊은 곳에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도시, 마카오였다.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세계 각국에서 노름질과 분탕질을 행하러 온 사람들이 뿌려대는 돈으로 움직이는 도시. 그들이 슬롯 머신의 레버를 한번 더 당길 때마다 소비는 가속화되고, 그 만큼 꿈과 희망은 부풀어 오른다. 꿈과 희망의 팽창은 신자유자본주의의 밀도를 견고하게 만든다. 그들이 카드.. 2012. 9. 26.
(120531) 고문 짙푸른 철창 안이다. 투영되는 푸르름은 5월의 녹음과는 달리 그 밀도를 견고히 하였다. 어쩌면 녹이 슬었을 지도 모른다. 어두운 이 장소에서 철창의 녹을 생각했던 이유는 강철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네 발자국 정도 걸어야 닿을 수 있을 거리에 펼쳐진 철장이다. 거리가 멀다. 이렇게 심한 냄새가 날 리 없었다. 분명 녹이 슬었으리라 확신했다. 난 어딘가에 묶여있었는데, 철장을 인식했던 내 안구조차 무엇이 나를 옭죄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두 팔이 허공을 향해 있었으며, 두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벌어져 있었다. 묶여있다.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그 사실 뿐이었다. 불안해진 나는 목을 이리 저리 돌려보았는데, 목을 죄고있는 '어떠한 끈'이 귓볼을 간지렸다. 씨팔.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대체 어떤 것.. 2012. 9. 26.
(120517) 여름방학 이유없이 우울한 날이다.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랬다. 마음을 다잡으려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폭신폭신한 의자에 앉으면 그대로 의자에 파 묻혀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척추를 곧추세우고 턱을 몸쪽으로 당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딱딱한 의자에 점점 침식되어 갔다. Everyone is having fun without me 몇 주 전부터 다시 ECM을 듣기 시작했다. 데이브 홀랜드나 팻 매스니, 키스 자렛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난 극도로 짜증이 나면 조용한 음악을 찾아 들었었지' 실수를 저질렀다. 적고 나니 실수가 아니었다. 다시 그 시간을 돌리더라도 난 똑같이 실수 했을 것이다. 내 의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실수이자 실수가 아니다. 아주 조금 쓸쓸했다... 2012. 9. 26.
(120429) 넌 아직 쥐가 아니네 오늘 지갑을 펼치자 1원짜리 지폐만 가득했다. 나는 월급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전이란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거쳐야 이 곳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 물론 하루라도 음주를 빠트리는 것은 사람으로서 행할 도리가 아니기에, 급히 환전을 부탁했다. 사무실에는 주재원의 월급을 담당하는 금융설계사 비슷한 직원이 하나 있다. 하지만, 재테크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시키면 돈을 인출하는 것 그리고 환전하는 것. 조금 고차원적인 업무라면, 환전을 한 돈을 인출하는 것. 매우 고차원적인 업무라면, 주재원이 주말 식사를 하고 영수증을 주면 ERP에 등록하는 것이다. 1원 짜리 지폐밖에 꽂혀있지 않은 내 지갑에 미안해졌기 때문에 천 불을 환전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천 불이라면 하루 술 값밖에 되지 않겠지만, 이 곳에서는 석 .. 2012. 9. 26.
(120411) Angry? Just vote. Angry? just vote. 이 말을 듣고 박장대소했다.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내기할 수 있다. 투표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더러워질 뿐이다. 화가 나면 투표로 의견 표출을 하라는 말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피가 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4년을 기다려 투표 한번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은 악마도 하지 않을 지저분한 약속이다. 당장 피가 말라 죽어간다. 뭘 해야할까? 4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할까? 답은 자명하다. 체제를 전복 시켜야한다. 그 바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100%투표율이 나와도 세상은 점차적으로 더러워질 뿐이다. 도끼와 쇠파이프를 들고 전 국민이 일시.. 2012. 9. 26.
(120407) Theme of ema 이 곳에서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이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던지, 저 부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던지 어쨋든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은 전무했다. 100개의 계획을 세우면 100개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그 거대한 일그러짐에 적응해간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계획의 틀 안에 갇혀 존재한다.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의 출산 계획 안에 당신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계획의 성공적인 달성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당신이 태어났고, 살아간다. 어떤 식으로 계획이 수정되더라도 현 상태를 좌우지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한 증명을 시작하려 한다. 이조 가능성의 질에 입각하여 계획에 변경을 가져오는 요소들은 그 유형을 달리하지 않는다. 결국 상대적인 힘의 크기에 따라 요소의 서열이 정해지고 계획이 뒤틀어지.. 2012.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