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89 (20081128)난(爛) 오늘 아침 10시 41분. 한 여자를 봤다. 나는 보도블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걸어가던 중 그 여자를 봤고, 그 여자에게서 나는 광채때문에 눈이 부셔 거리에 쓰러진다. 쿵 내가 넘어졌을 뿐인데 세상이 진동하는 듯한 쿵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 박동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내 옆을 지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웃음 그래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웃음. 가만, 그 남자옆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동조. 옆에 있는 남자의 비 웃음에 동조하고 있다. 무시한다. 두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작아짐과 동시에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그래, 이번엔 여자다. 하지만 광채가 나던, 그 여자는 아니다. 이번엔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아 들을 수 없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생각.. 2013. 4. 16. (20081116)난(暖) 여자의 치맛폭에 휘감겨 멍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이웃나라 왕자님이 말한다. "그래서?" 대답한다. "옆에 있는 아가씨는 좀 치우고 말하지 그래?" 여자의 치맛폭에 휘감겨 멍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이웃나라 왕자님이 말한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지." 옆에 있는 여자를 더욱 끌어안으며 응수한다. 대답한다. "네가 그런 식으로 흥청망청 즐기는 시간 동안 너네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다는거 몰라?" 여자의 치맛폭에 휘감겨 멍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이웃나라 왕자님이 말한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지." 대답한다. "그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난 그 순간부터. 난 따스함을 느낀다. 더럽고 치사한 것에는 더 이상 관심갖지 말자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더럽고.. 2013. 4. 16. (20081013)난(難) 난 착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고싶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때 친구집에 놀러를 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와 나 그리고 다른 두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병신같은 놈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셋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기 전까지만 머저리 병신을 때렸다. 병신이 살려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비웃으며 더 말해보라고 했다. 병신이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난 더이상 듣기가 역겨워 병신의 턱을 겨냥해 발을 뻗었다. 뻑 병신이 울기 시작했다. 기억나는건 거기까지. 잘 놀고 있던 4명 중 3명이 합세해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에피소드. 사실 착하고 조용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권문경어린이가 사람을 때린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2013. 4. 16. (20081019)Good bye my generation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대. 우리 아버지는 그런 시대를 살아오셨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모바일 신문을 읽던 중 화염병으로 시위를 하던 20대 남자가 불구속입건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버지는 경찰서에 구금되어본 적이 있을까?' 오늘은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이 친구와 언제부터 친해졌는지.. 그런 류의 질문을 받으면 난 조금도 서슴치 않고 대답할 수 있다. 2002년 6월 21일 오후 2시부터라고. 친하다면 그런것 쯤은 기억이 나는 법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건 거짓말이다. 자기 방어를 위한 바리케이트에 불과하다. 녀석을 만나기 위해 오랫만에 화장을 한다. 컴퍼넌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smokie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눈화장을 짙게 한다. 입술은 칠하지 않.. 2013. 4. 16. (20081002)바리케이트 오랫만이야.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 난 여전해. 너가 짐작한 대로, 여전히 잘 살고 있어. 어디선가 오염되어 더러운 내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었더니 열은 나지 않아. 감기인지 몸살인지, 그도 아니면 죽을병에 걸린건지, 며칠째 끙끙 앓고 있어. 물론 끙끙 앓는다고 해서 술 마시는 일을 거른다거나 하진 않아. 난 일정량의 담배를 피고,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지. 물론 지금도 맥주를 마시며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중략 세상은 왜 나를 가만두지 않는걸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나를 가만두지 않는걸까? 지금의 나는, 몇 주 후의 약속까지 꽉꽉 잡혀있어. 변동할 수 없는 고정적인 약속. 지랄맞게도 고정부채따위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중략 문득 생각해보니 비참하더군. 우리가 그 곳에서 '대학교'에 대해 얘기.. 2013. 4. 16. (2080825)Cloud Smile _ A Short Fiction 분명 그 남자는 10년 후에 베를린 필 하모닉에 들어갈 거라고.. 내게 말했었다. 1998년. 세상이 끝나기 1년 전. 우린 그런 투의 대화를 하고, 그런 류의 음악을 듣고, 그런 식의 사랑을 했다. "바보야, 지구는 1년후에 끝장날거야. 그런데도 바이올린을 계속 칠거야?" "바이올린은 켠다고하지 친다고 하지 않아. 그리고, 난 바이올린을 믿지 다른 어떠한 것도 믿지 않아." 확고함. 냉정함. 어느정도의 잔인함까지 동시에 갖고 있는, 그 남자가 ... 좋았다. 아마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편안했으니까. 다른 남자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으니까. 착각인지도 모를, 하지만 그런류의 특별함이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1999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어제처럼 오늘도 시작되고, 내일이란 놈에게 집어삼.. 2013. 4. 16.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