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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9)넥타이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넥타이를 메어 봤다. 중.고등학교의 교복 구성에 넥타이는 없었으니, 처음으로 메어본 넥타이가 참으로 신기했다. '왜 나이먹은 사람들은 목을 옥죄어 오는 이런 이상한 끈을 목에 차고 다니는걸까?' 그 후로 수 년간 나는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다시금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이상한 끈을 목에 걸어본다. 이유는 없다. 기분 탓이다. 부산역 지하상가에서 5,000원을 주고 산 얇팍한 넥타이가 내 기분을 흔들어 한번 메어본 것이다. 변한건 없다. '나이든 노인네들은 왜 이런 바보같고, 흉칙하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목을 옥죄어오기까지 하는 끈을 목에 메고 다니는걸까?' 나도 모르는 새에 '어른이라면 넥타이를 멜 것' 이라는 법조항이 마련된.. 2013. 4. 16.
(20080226)열두번째 낙서 며칠동안 계속해서 걸었다. 이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항상 보행중이다. 뭐 딱히, 목적지가 있어서 걸어가는건 아니지만 걷는게 좋아서 걷는다고 해 둔다. 그게 편하다. 왜 걷느냐는 질문에 이러쿵 저러쿵 답변을 생각해내는 것 만큼 지리멸멸한 일도 없기에, 걷는게 좋아서 걷는다고 한다. 하긴, 내겐 아직 무엇인가가 부족한 모양이다. 왜 걷느냐는 질문에 빙그레 웃음지을 수 없으니 말이다. 걷는게 좋아서 걷는것도 일종의 변명. 정답이 될 수 없는 변명일 뿐이다. 하지만 난 그러한 변명을 끌어안은 채 내일도 걷고, 모레도 걸어갈 예정이다. 내 두 다리와 두 발이 어디까지 버틸지 모르겠으나 피가 요동치고, 맥이 뛰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걸어갈 예정이다. 이상. 2013. 4. 16.
(20080222)가위손 어제는 영화 '가위손'을 다시 봤다. 나는 당신을 안아줄 수 없다고 말한다. 안녕이라고 말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람을 죽인다. 그 사람은 죽었다고 거짓말 한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죽어버린 그 남자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를 잊지 못해 조각을 한다. 완벽에 가까운 러브 스토리.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완벽에 가까운 러브 스토리는 항상 이루어지지 않은 채 끝이 난다. 2013. 4. 16.
(20080219)오호라 오호 통재라. 정녕 이 나라에는 소인잡배뿐이더냐. 좆달고 태어난 남자란 놈들중에 정녕 대장부는 없단 말인가. 팔등신 미녀에 열광하고, 중, 고등학생이 부리는 교태에 소리 지르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좌절하고, 마치 자기가 세상의 밑거름인양 아무 행동도 아니하며, 입은 살아 움직이는 꼴이 망국의 징조로 느껴진다. 정녕 대한민국엔 이런 개 돼지만도 못한 남자놈들 뿐이던가. 2013. 4. 16.
(20080204)그 남자 이야기 여자는 춥다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 남자도 춥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조명이 꺼진 오후 6시의 청계천은 쌀쌀하다. 처음으로 가 본 청계천에서, 그 사실을 느낀다. 남자는 다리가 아프다고 느낀다. 여자도 다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오늘은 계속 걸어만 다녔으니, 다리가 아플만도 하다. 게다가 여자가 신고 있는 것은 부츠. 추위가 몸을 맴돌고, 통증이 다리를 휘감는다. 어쩌면 배까지 고파, 3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순간 남자는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광택이 번드르르한 외제차는 아니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함께 탈 수 있는, 그래서 추위를 느끼지 않고, 발의 통증을 느끼지 않게해줄 조그만 차.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한 걸음을 더 걸어야하고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 2013. 4. 16.
(20080106)기계 기계처럼 냉철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사실 내 가슴을 도려내고, 심장을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나의 의지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기계처럼 차가워지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장을 내 몸에서 떠나보낼 때, 조금 아팠다.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고, 조금 행복하기도 했다. 그런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되고, 마침내 제어가 가능한 인공심장을 내 몸에 박아넣고 볼트와 너트로 고정을 시킨다. 아직 펄떡거리는 과거의 내 심장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1분이 지났다. 아직, 내 과거의 심장은 건강하게 펄떡이고 있다. 2분이 지났다. 아주 조금, 박동이 느려진다. 3분이 지났다. 눈에 띄게 박동횟수가 줄어든다. 4분 23초가 지나자, 내 과거의 심장은 움직임을 멈춘다. 끝난 것이다..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