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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5)More than this 바흐의 Invention 8번을 연주하던 도중 왼손과 오른손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왼손이 C Major 건반을 칠 때, 오른손은 D Minor를 연주해야하지만 D Minor 7을 연주했던 것 같다. 혹은 서스펜디드나 오그먼트를 연주했던 것 같다. 아주 섬세하고, 미묘하게. 물론 내가 연주하는 Invention이 정말로 invention이 되어버림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바흐를 모독한 후 나는 사고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쩌면 개보다 못한 인간일 지도 모른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화된 학습능력이 없는 것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려야한다. 악보를 읽으면 코드를 건반으로 옮겨야한다. 개도 조건화된 학습능력을 '침'의 분비로 말해주는데, 나는 Invention을 Inve.. 2013. 4. 16.
(20071120)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 나는 힘이 없어,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탄 남자일 뿐이다. 낫이 없고, 종이 쪼가리가 없고, 개가 없고, 시뻘건 색으로 빛나는 핏빛 훈장이 없다. 때문에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함이 항상 나를 휘감는다. 타르처럼 질긴 운명의 끈이 내 목을 옥죄어 오고,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뒤통수를 친다.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이 남아있지만, 그것은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에 불과할 뿐,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본질적인 문제와 아주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은 양립할 수 없다. 양립할 수도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며,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없기에 힘이든 것이다. 만약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빌어먹을 말을 지껄인 임마누엘 칸트를 내 앞에.. 2013. 4. 16.
(20071106)A Short Fiction #10. "자동차가 없는 남자가 남자인가? 그런 남자 웃겨.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연애질 하겠다는 놈이 사랑하는 여자를 걸어다니게 만들고 그러냐? 그나저나, 내가 요즘 갖고싶다고 말하는 그 핸드백말야, 그 남자는 그 것 하나도 사줄 형편이 안되는 남자야.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실천하려하지 않지. 우연한 기회에 통장 잔고를 확인했는데 0이 6개도 보이지 않아. 그날 조금 울었잖아. 내가 이따위 형편없는 남자랑 사귀어야 하냐고. 술도 조금 마셨던거 같아. 글렌피딕 15년산을 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당황하더라구. 기껏해야 20만원밖에 안될텐데.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런것도 못 해주냐? 그리고 또 있잖아..." and many more. "정말 웃기는 놈일세. 그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그것밖에 안되는.. 2013. 4. 16.
(20071030)다섯번째 낙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제 1의 전제조건. 배경지식을 쌓을 것. 제 1의 전제조건을 뒷받침하는 요소. 눈을 감을 것. 제 1의 전제조건을 뒷받침하는 요소의 세부사항. 입을 틀어막을 것. 제 1의 전제조건을 뒷받침하는 요소의 세부사항의 영향요인. 귀를 열어둘 것. 제 1의 전제조건을 뒷받침하는 요소의 세부사항의 영향요인과 동등요인. 후각을 활성화할 것.(top, middle, base를 판별해낼 능력이 없다면 코를 틀어막을 것.) 제 1의 전제조건을 뒷받침하는 요소의 세부사항의 영향요인과 동등요인의 제 2의 관련요소. 멀리 떨어져 관망할 것. 제 2의 전제조건. 거리는 멀수록 적당하고, 가까울 수록 적당함. 제 2의 전제조건의 세부사항. 거리를 설정함에 있어 자아개념을 상실해선 아니됨. 제 2의 전제조건.. 2013. 4. 16.
(20071030)A Short Fiction #9. 학교 옆 공터 쓰레기장에서 풍기는 악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녀석은 자퇴의 이유를 그렇게 설명한다. "그 것 뿐이야?" "그 것 뿐이야." 그로부터 며칠 후 난 학교 옆 공터에 있는 쓰레기장을 찾아갔다. 예상대로 악취가 났고, 파리떼가 비행하고 있었다. 어쩐지 대지가 검게 보이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인부의 얼굴까지 검게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내 발끝에서 서서히 나를 휘감고 있었다. 여긴 쓰레기장이다. 그 걸 인지한 순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더러웠으니까. 새로 산 옷에 악취가 배는게 싫었고, 내 얼굴이 인부의 얼굴처럼 변하는게 싫었고, 파리떼가 몸에 달라붙는게 싫었고, 녀석이 학교를 뛰쳐나간 이유가 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긴 쓰레기장이다. 보통 쓰레기장과 별반.. 2013. 4. 16.
(20071026)골드베르크 변주곡 오랫만에 글렌굴드가 1955년에 첫번째로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연주가 잔인하다. 어떻게 피아노를 이렇게 잔인하게 연주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남자는 정말로 사랑을 해보지 않은걸까? 그래서 그런걸까? '미친놈'의 연주는 모두가 이런식일까?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