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226 (20070706)A Shoft Fiction #5. 이건 도둑과 결혼한 여자의 상큼 발랄한 이야기다. 물론 처음엔 남자의 직업을 모르고 결혼해야 소설이 된다. 만약 직업을 알고 결혼을 한다면 21C판 평강공주 이야기가 나올터. 필연적으로 결혼을 한 뒤 남자의 직업을 알게 되는 여자. 수 차례 이제 그런 일은 그만하고, 사회가 원하는 좀 더 원만한 직업을 가지라고 조언하지만 남자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어려서 부모에게 배운건 '도둑질'밖에 없고, 남자는 나름대로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 그 이유를 남자는 알고 있었다. 결국 여자는 남편에게 감화되어 부부 절도단을 형성하고, 신화적인 절도범으로 세상에 기억된다. (살인, 강간, 유괴, 폭행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대로 끝내면 경찰청 사람들.. 2013. 4. 16. (20070630)모르는게 약 학습을 목적으로 매일같이 발도장을 찍는 도립도서관. 오늘도 어김없이 3층 열람실에서 손자병법를 공부하던 찰나 '그들'이 나타났다. 병법에 대한 학구열로 인해 삼매경에 빠진 터라, '그들'이 나타날 시간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있었던 것이다. 교복을 입고 도서관에 놀러온 학생들. 나의 수려한 외모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제나 등장과 동시에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꼬마들. 그들이 생산하는 소음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들고 2층 휴게실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역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창 담배를 펴대고 있다. '난 학생때 이렇게 대놓고 흡연하진 않았는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휴게실의 외진곳에서 담배를 꺼내는 찰나, 이번에는 담배를 피는 여학생의 도전적인 눈길과 마주한다. (성차별.. 2013. 4. 16. (20070611)논리 철학 논고의 일곱가지 명제 1. 세계는 사례인 것 총체이다.2. 사례, 즉 하나의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3. 사실의 논리적 그림이 생각이다.4. 생각은 의미있는 명제이다.5. 명제는 요소명제들의 진리함수이다.6. 진리함수의 일반적 형식은 [P,E,N(E)]이다. 이것이 명제의 일반적 형식이다.7.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상.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의 일곱가지 명제. 2013. 4. 16. (20070530)나는 늙어가고 있다 분명 나는 어른이 되는 중이다. 예전의 어리고 바보같은 모습은 어디엔가 내팽겨둔 채. 대한민국 사회가 원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건방진 놈들이 내게 건방진 말을 해도 나는 웃는다.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한다. 썩을대로 썩어버린 사회에 순응한 채 웃는다. 금전을 받으면 나는 웃는다.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종이쪼가리따위 지금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이쪼가리가 인생이라는 것을. 나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핀다. 당신들이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술을 마시고 있고, 그 이상의 술을 마실 수 있다. 물론 백태가 끼어있는 내 혓바닥을 보고 위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 술을 줄이고 있는 중이다. 약국에서 오 천원이나 주고 위장약을 사먹어야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어느정도 .. 2013. 4. 16. (20070529)주절 주절 조니워커 블루라벨 700ml 정가가 얼마인지는 모르고, 다른 가게에서 얼마를 받아먹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게는 저 술이 550,000원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저 술을 시킨다. 마신다. 일행으로 보이는, 자식이 나와 비슷한 나이일 거라 예상되는 여자의 목에 팔을 걸고 나를 부른다. "마담 둘 다 불러와." As time goes by. 사장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밀착 시킨다. 비틀비틀 아까 말한 그 여자와는 팔짱을 끼고 있다.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부부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는다. 조니워커 블루라벨 700ml를 마시는 할아버지는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는다. 팔짱을 끼고 있는 중년의 여성도, 성깔있는 우리 가게 사장님도. 그 할아버지에게 아무소리 하지 않는다. 어쩌면 .. 2013. 4. 16. (20070531)누가 나를 괴롭힐 때 누가 나를 괴롭힐때는 얼마나 참아야하는지. 왜 사람들은 '사회생활하면 이것보다 더 힘들다. 그러니까 참아라.' '사회생활 하면서도 이럴래? 그럼 넌 먹고 살지도 못하겠네?' 이 따위 진부한 소리밖에 해주질 않는건지. 분명 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응해야할 역치가 있게 마련인데. 그 역치는 어떤 방법으로 설정해야 하는건지. 그렇지 않으면 넋이나간 머저리처럼 자기를 죽이기 일보직전까지 방실방실 웃으며 참아야하는건지..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생명의 위협을 절실히 느껴야, 참기를 멈출 수 있는걸까? 2013. 4. 16.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