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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226

(20070514)사랑에 미친 남자 이건 사랑때문에 정신이 돌아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거짓말도 픽션도 아닌 사실이다. 우리 삼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아버지의 형제들은 모두 5명이다. 난 20살이 될 때까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명절에 모이는 구성원이 정말로 5명의 남자였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20살이 되던 해. 어떤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알려지지 않은 6번째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내겐 삼촌이 하나 더 있고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다는 얘기.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다. 더 이상 얘기하면 아버지가 나를 공중 10회전 시켜버린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칠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어제. 어머니를 졸라 지금껏 보지 못한 그 삼촌에 대해 물어봤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 남자는 이전까지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2013. 4. 16.
(20070512)고백 쪽팔리는 짓이라는 건 알고 있다. 미치광이의 장난으로 치부해도 나는 아무 상관 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미치광이고, 너희들이 보기에 이건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난 26살짜리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난 필연적으로 그 여자에게 끌리게 되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때문에 지금 애인과 헤어지고,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이다. 26살 짜리 여자가 거의 그러하듯이, 이 여자도 결혼할 남자가 있다. 오랜 시간동안 사귀어 온 남자. 나 같은 쓰레기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그런 남자다. 이 상황에서 나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다. 내일이면 개인적인 약속 없이 만날 수도 없는 사람. 바보처럼 생긴 나를 보.. 2013. 4. 16.
(20070504)우리 가게로 놀러 오세요 진짜 사장은 대학원생이다. 나이는 좀 있지만 미혼이고, 가슴뿌듯하게도 아버지가 건물주라서 그런지 가게를 두 개나 차려놓은 상태이다. 우습게도 기독교집안이라고 해서 Bar의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 만약 진짜 사장님이 술을 마시러 오면 '손님'이다. 청바지에 구두를 신을 줄 아는 감탄스러운 패션감각을 지녔다.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청바지에 구두를 신지 않는다.) 사장은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여자 두 분. 속어로 얼굴마담이다. 진짜 사장과의 관계는 짐작이 가지 않으며, 화장을 무지무지 예쁘게 하고 다니며,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있긴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들. 특이사항으로 '담배같지도 않은' 담배를 줄창 피워댄다. 둘 다 핀다. 4시간에 한 갑은 피는 것 같은데, 피부는 .. 2013. 4. 16.
(20070428)미필적 고의 인도를 걷다 횡단보도를 만난다. 좌측에 있는 차들은 보행자용 신호등 옆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신호등따위를 무시하기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한다. 하지만 난 조심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오늘도 왼쪽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우회전을 하는 차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미필적 고의. 차는 예상대로 급정지를 한다. 마음속으로 이겼다는 생각에 통쾌하게 왼쪽을 쳐다보니 운전자는 내 눈을 피해버린다. 젊은 남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른쪽에 탑승해 있는 젊은 여자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뒤쪽에 앉아있는 두명의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 상황이 재미있어 계속해서 운전자를 바라봤지만 내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는다. 내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아는 것이다. 단순히 차림새로. 많은 끈이 붙어있는 카고바지에 이상한 .. 2013. 4. 16.
(20070419)어떤 소설의 시나리오 이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소설의 시나리오다. 물론 계란을 설정하고, 바위를 정하는 건 내 마음이다. 그게 중소기업과 초일류기업의 싸움이건, 노숙자와 공무원의 싸움이건, 좀도둑과 경력20년의 강력계 형사의 싸움이건 간에.. 이길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은 뻔히 정해져있다. 그게 우리들의 고정관념이니까. 그리고 내가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쓰는 내내, 패배가 예정되어있는 자(者)에 대한 고군분투가 나올 것이다. 정말 눈물없인 볼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하게 만들 것이다. 약자니까. 강한 자를 이기려면 노력을 해야하니까. 그것도 우리들의 고정관념이다. 그리고 난 이 소설의 시나리오를 이렇게 끝낼 예정이다. 약자. 부단한 노력에 심신을 단련하고 휘황찬란한 두뇌회전이 가능 하며 강자를 반드시 이겨야할 '목표'가 있는 이 .. 2013. 4. 16.
(20070407)Hard boiled Kiss scene. 네가 첫 번째로 할 일은, 화창한 봄날에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잘 닦여진 거리에서 팔짱을 낀 채 웃으며 걷고 있는 커플의 앞을 가로막는거야. 두 번째는 그들에게 다가가, 좌측 또는 우측에 있을 여자의 어깨를 세차게 부여잡고 키스를 하는거지. 당연한 소리지만 좌측 또는 우측에 있을 남자의 존재는 잊어버려. 키스의 시작과 함께 객이 되어버린 인물을 계속해서 운운하는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니까. 물론 여자는 끼고있던 팔을 풀어 너를 감싸며 네 키스에 응할거야. 이제 둘 뿐. 다음에 할 일은 '어디로든' 여자를 데리고 가는거야. 네 마음에 드는 그 곳으로. 직선거리가 먼 곳이라면 더욱 바람직하지. 만약 나라면 섬이나 바다가 보이는 만으로 갈거야. 그리고 그 곳에 도착했다면 해는 저물어가고 있어야 해. 이건 메타포..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