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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226

(20050116)아빠 힘내세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1. 나는 결혼따위 할 생각도 없기에 이런 노래를 들려줄 아들, 딸도 없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있기때문에 힘을 내라는 내용. 우리가 있으니까 돈을 벌어오란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상사에게 모욕을 당하고 사회란 이름의 폭력배에게 얻어맞더라도 우리를 굶어죽이지 않으려면 힘을 내서 돈을 벌어오란 얘기.. 난 그렇게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무라카미 류의 '공생충'을 읽고 난 후부터 이 노래에 더욱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 2.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생각해주고 이해하며 사랑해줄 수 있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힘을 내세요. 1번과 2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3. 4. 16.
(20050115)뿔테; 향수; 질문에 대한 대답 오늘은 두꺼운 뿔테를 샀다. 내가 써본 안경 중 가장 두껍고, 네모낳고, 크다. (80년대에 유행하던 엄청 큰 둥근안경만큼 크지는 않다) 이제껏 안경을 십 수개쯤 바꿨는데 그 중 절반이 뿔테였던걸로 기억한다. 최근에 만난 사람 가운데 내가 왜 뿔테를 쓰는지 궁금해하던 사람이 있었다. 더불어 내가 왜 향수를 사용하는지도 궁금해 하던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는 두 물음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대답해줄 수 있을것 같다. 내가 뿔테를 쓰는 이유는 코끼리 공장에 들어갈 때 출입 허가 증명서를 받기 위해서이고 내가 향수를 뿌리는 이유는 낙타 사나이들을 물리치고 고문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배경지식'의 정도. 나를 이해하기 위한 조건. 2013. 4. 16.
(20050109)머리카락, 생각의 노화 얼마전에 머리를 짧게 잘랐다. 특히 내 뒷목을 덮어버리던 뒷머리카락을 몽땅 잘라버렸다. 나룻도 잘라버리고.. 머리숱도 치고.. 앞 머리도 잘라버렸다. 덕분에 비니를 써도 어딘가 모자란 감이 있고.. 거울을 봐도 사라진 뒷 머리덕분에 내 모습이 내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긴 남자와 머리가 짧은 남자. 사회가 두 남자를 바라보는 기준. 전자는 동네 불량배나 음악가, 심하면 양아치로 밖에 보지 않는다. 후자에게는 "단정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특히 공무원들중에 머리가 긴 남자는 없다. 정말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있을지도 모르지만 0.1%미만일 것이다.) 내가 일하는 시청만 해도 머리가 긴 남자는 하나도 없다. 남자가 반드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녀야 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적어.. 2013. 4. 16.
(20041222)술에 취했을 때 나는 술을 마시면 성격에 맞지 않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아지고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진다. 가끔 농담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운전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상태에서 술을 더 마셨을 때.. 나는 쉽게 취한다. 술에 취해서 정신은 어지럽고,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을 때도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는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손가락도 굳어버려 메시지 하나 보내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술에 취해 전화를 하면 싫어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머리가 텅 비어버려, 생각 나는 것이 그 사람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아마 그 사람들은 내가 왜 자꾸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또 보고싶어 하는.. 2013. 4. 16.
(20041217)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 같은 인간에게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여자가 있었다. 고백따위.. 해보지도 못했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날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혼을 했을지.. 재혼을 했을지 모른다. 아이가 몇 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면.. 나를 스쳐 지나가버릴지도 모르는 여자. 어쩌면.. 내가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여자.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여자가 내게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고 싶을 때면.. 삼척으로 간다. 담배연기에 젖어.. 그녀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예전과 바뀐 것이 있다면.. 내 입에 물려있는 담배와 그녀를 생각하며 씨익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제외하고 모든것은 변하지 않았다. 담배연기에 젖어.. 2013. 4. 16.
(20041217)사랑에 빠지면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고들 한다. 이틀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세상에서 가장 멋져보이고 예뻐보인다고 한다. 생각하는 이상형에 맞춰진다고 한다. 이틀 전에 들은 그 말로 인해 한가지 확신이 생겼다. 난 사랑따위.. 해본 적도 없었다.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