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89 발주악벽(發走惡癖) 에게해가 치감아 돌고 있는 그 낯선 항구 도시에서 녀석들을 만난다.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말 두필. 발주악벽(發走惡癖)이라도 있을까? 해변을 끼고 돌기만 할 녀석들에게 눈가리개는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녀석들을 관찰하던 중 당신들이 생각났다. 당신들 말이지, 지금 눈가리개까지 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중인 당신들 말야. 지금 그 눈가리개를 벗으면 아름다운 바다가 옆에서 펼쳐질 거라는 건 알고 있어? 당신들에게 발주악벽은 악벽이 아니야. 진입불량, 발주 고착, 돌출, 모조리 지금의 당신에게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 중요한 것은 두 발로 대지를 지탱하고 서서 어디든지 몸으로 부딪히며 세상, 나아가 자아를 깨닫는 일이지 앞만 보고 달리기 위해 눈가리개를 쓰고 달릴 준비를 하는게.. 2013. 11. 9. (여행기/인도-콜카타) 인도 여행의 시작 '기다림' 2013/07/04 - [다같이 돌자 지구 한바퀴/■당신이 모르는 그 여행지] - (Good)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콜카타 국제 공항까지 - 어떻게 돈을 찾을까? 인도에 도착했다. 모두와 헤어지고 혈혈단신으로 도착한 인도에선 시작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환전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보이지 않는 ATM을 찾으러 공항 밖으로 나갔다가 공항 출입이 거부된 것부터 시작해서 ATM이 공항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2시간이 넘게 총을 든 공항 군인과 실갱이를 한 것과,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바닥에 주저앉아 인도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 일들. 결국 책임자를 만나 돈을 찾았지만 시계를 보니 대중교통 시간이 모두 끊긴 한 밤중이 되버렸던 일. 어렵사리 찾아간 게스트하우스의 방은 감옥을 연상케 했고, 침대는 바닥보.. 2013. 11. 9. 마케도니아 국기와 축제 마케도니아에 도착했다. 불가리아 사람들 보다 잘 웃으며, 예상외로 따듯와 날씨에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를 보며 생긋생긋 웃던 찰나 그 것을 발견하고 내 인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다. 마케도니아 국기였다. 그래, 욱일승천기를 빼닮은 국기를 어느 나라에선가 사용한다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게 이 나라였구나.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지만 어디를 가도 욱일승천기를 쏙 빼닮은 자국기가 펄럭이는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Skopje)에서 난 봉화제를 떠올렸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일제 극우 세력의 침략을 정당화하며 그 아래 빌붙어 성장한 친일 세력이 득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록과 소설에 의존해 시대를 조명해 보자면 한민족이 한반도(혹은 대륙)에 기틀을 잡은 지 반 만년 이래 가장 처참했던 시.. 2013. 11. 6. 변검술 중국(中国) 사천성(四川城)의 성도 청두(成都)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조금은 추운 날씨에 몸을 웅크린 채 수많은 인파 속을 쏘다니고 있을 무렵 변검술 공연이 열린다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그렇게 중국의 외딴 곳에서 관람했던 변검술은 참 신기했었다. 어쩜 그렇게 빨리 얼굴의 가면을 바꿔치기 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뚫어져라 가면을 쳐다봤지만 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마술사의 트릭(trick)을 알아내기 위해 영롱하게 빛발하던 시선이 결국 잿빛처럼 변해 버리듯. 난 나풀거리는 기괴한 복장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겼고, 공연자의 날렵한 몸 놀림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던 것이다. 마지막은 공연자가 모든 가면을 벗어버린 채 맨 얼굴을 드러냈다. 공연자는 당연히 남자였고, 의외로 앳되보이는 얼굴이 인상.. 2013. 11. 4.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사진작가 및 여행가라고 주장하는, 그냥 사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 권문경입니다. 간만에 인사 올립니다. 급하게 인도차이나 반도 여행기를 마무리하고 인도 여행기를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전업 사진 작가도 여행작가도 아니라는 변명을 일종의 방패막이로, 시작과 끝맺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 했지만 그 마저 쉽지않네요. 꽤나 오랜시간 동안 여행기를 올리지도 못한 변은 이러합니다. 여행을 시작한지 반년이 조금 지난 현재, 찍어댄 사진을 대충 셈해보니 삼 만장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 많은 컷 수는 아니지만 제 랩탑과 두 개의 250기가 바이트 외장하드는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랩탑이랑 외장하드 두 개나 들고 여행하는 멍청한 장기 여행자가 어딨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게 바로 접니다. 어.. 2013. 11. 2. India's same. not changing. 숙소가 더럽기로 유명하다는 인도(India)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콜카타(Kolkata)에 도착한 첫 날 짐을 풀고 침대에 돗자리를 펼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금의 가감없이 내가 체크인한 호텔의 침대는 바닥보다 더러워 보였다. 10년 전 쯤에는 흰색으로 빛 발했을 시트는 누렇다 못해 검은 빛으로 변색되고 있었으며, 푹 꺼진 베개에는 내 머리를 뉘이는 즉시 환호성을 지를 벼룩이나 이 따위가 득실댈 것만 같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무더운 날씨 덕분에 내 침낭은 꺼내지 않아도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내 소지품으로 적당히 침구를 정리한 후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샤워실 확인이 두 번째였다. 날씨가 더워 더러운 침대 위에 침낭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샤워는 자주 해야 했기 때문.. 2013. 10. 25.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65 다음